고용주 줄줄이 범법자로 내몰릴 판
산업현장 비명에 제발 귀 기울이길
김정호 수석논설위원
[ 김정호 기자 ] ‘콘텍스트(context) 자동완성기능’이라는 게 있다. 포털 검색창에 검색어를 입력하다 보면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검색한 단어가 순서대로 자동 나열되는 기능이다.
국민들은 과연 2019년에 어떤 희망과 기대를 걸고 있을지, 최대 포털 모바일 검색창에 ‘2019년’이라고 입력해봤다. 무슨 단어가 가장 먼저 뜰까. 놀랍게도 ‘2019년 최저임금’이었다. 국민들이 최저임금에 얼마나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최저임금은 올해 16.4% 인상된 데 이어 내년 1월 8350원으로 오른다. 인상률이 무려 10.9%다. 벌써부터 걱정이 태산이다.
최저임금은 모든 사업장이 대상이다. 법을 어기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을 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수준으로는 법 준수가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다. 인력 구조조정이나 허위 근로계약서로 피해 가려는 고용주들이 적지 않다. 근로계약서를 속여 쓰고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급여를 주거나 주휴수당을 주지 않는 식이다. 이판사판이다. 여기에 또 하나, 종업원 30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한 주 52시간 근로제도가 처벌 조항이 되살아나 내년 1월 본격 시행된다. 위반 시 사업주가 2000만원 이하 벌금이나 2년 이하 징역 처벌을 받게 되는 법률이다.
고용주들은 어차피 줄줄이 범법자로 내몰리게 됐다. 지킬 방법이 없다. 주휴수당까지 포함한다는 최저임금법 시행령대로라면 연봉 4000만원이 넘는 대기업들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니 말이다.
기업들은 이미 인력 감축에 나섰다. 경기 불황이 겹치면서 대응 방법이라는 게 달리 있을 수 없다. 벌써 실업급여를 받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어제 발표된 10월 실업률이 13년 만에 최고라 하지 않던가.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저임금에 따른 고용 감소가 2019년 9만6000명, 2020년 14만4000명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추정한 건 지난 6월이다. 지금 다시 추정해보라면 그 숫자가 늘어나면 늘어났지 결코 줄어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KDI는 며칠 전 올해 취업자 증가폭은 4분기에 ‘제로(0)’ 수준으로 고꾸라지면서 전체적으로 7만 명대로 주저앉을 것이라는 관측까지 내놨다. 최저임금의 가파른 상승과 52시간 근로제도 도입,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친(親)노동 정책에 따른 노동비용 상승이 그 이유다.
최저임금은 올해 중위임금(전체 근로자의 임금소득을 금액 순으로 나열했을 때 한가운데에 있는 소득)의 60%를 넘어섰다. 내년 1월이면 68.2%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최저임금이 높기로 이름난 프랑스조차 고용 감소와 임금 질서 교란을 이유로 최저임금 인상을 중위임금의 60%에서 멈췄다. 우리 최저임금은 이미 세계 최상위권이라는 얘기다.
단순한 개별 기업의 임금 인상과는 차원이 다르다. 경제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상황은 심각하다. 친노동 정책이 대외 환경 악화와 맞물리면서 경제는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설비투자 생산 소비 등 모든 경제 지표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 때 나타나던 경제 지표다. 그러나 위기의 질이 다르다. 실물의 위기여서다. 한 번 무너지면 회복이 어렵다는 ‘본체의 위기’다.
노동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기업들은 줄줄이 제품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월급만 빼고 다 올랐다. 경기 불황에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코앞에 다가온 셈이다. 여기에 유럽형 고(高)실업이 겹친다면 취약한 구조의 우리 경제로선 버텨낼 방법이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위기는 없다”며 친노동·반기업 정책을 밀어붙인다. 내년에는 대기업의 이익을 중소기업에 반강제로 나눠주는 법까지 만들겠다고 하질 않던가. ‘촛불’ 청구서를 내밀며 세를 한껏 불린 민주노총은 이제 무소불위다.
정책 기조의 수정 없이는 성장도, 분배도, 일자리도 없다. 당장 최저임금제도만이라도 기업과 고용주 입장에서 다시 한 번 살펴주길 바란다. 최저임금을 산업·지역별로 차등 적용하고 주휴수당을 폐지해 달라는 요구 말이다. 차제에 30년 전 산업화 초기에 마련된 최저임금제도를 지금의 경제 수준과 국제 경쟁 차원에 맞춰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 공약 이행에 연연하지 말라. 경제의 숨통이 끊어질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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