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5주째보다 2.8배 증가
추위 피해 하수구 등서 번식
전국 곳곳서 특별 방제활동
[ 임락근 기자 ] 서울에 사는 직장인 박모씨는 11월 중순인데도 머리맡에 전기모기채를 두고 잔다. 모기 때문에 밤잠을 설쳐서다. 자기 전 모기를 2~3마리씩 잡는데도 귓가에 맴도는 모기 소리 때문에 새벽에 깨는 일이 잦다. 박씨는 “모기 때문에 귀마개를 하고 잘 정도”라며 “오히려 여름보다 모기가 더 많아진 것 같다”고 했다.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 입동(立冬)이 지났지만 모기 수가 줄지 않고 있다. 14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주거지역 인근에 설치한 유문등(모기유인퇴치기) 60개에서 11월 첫째주 채집한 모기는 한 주 전인 10월 다섯째주(81마리)보다 2.8배 증가한 226마리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 채집량(139마리)과 비교해도 높은 수치다. 초여름인 7월 첫째주(158마리)와 비교해도 많다.
이동규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교수는 “기온이 내려가는 가을철은 모기가 추위를 피해 건물 내 따뜻한 지하공간이나 하수구 등으로 들어와 번식하기 때문에 실내에서 발견되는 모기 수가 여름보다 오히려 늘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올여름은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으로 모기의 활동과 번식이 어려운 환경이었던 것도 가을철 모기 수가 여름과 비슷하다고 느끼는 배경 중 하나로 거론된다.
전체 모기 수는 여전하지만 주로 활동하는 종은 바뀌고 있다. 이욱교 질병관리본부 매개체분석과 연구원은 “말라리아를 옮기는 얼룩날개모기, 일본뇌염을 옮기는 작은 빨간집모기는 야외성이 강해 날씨가 추워지면 눈에 띄지 않지만 실내에서도 잘 버티는 빨간집모기는 실내로 들어와 오히려 많아진다”고 했다.
올해 7월 넷째주에는 채집된 모기 중 빨간집모기 비율이 73%였지만 11월 첫째주에는 98%에 달했다.
서울 영등포구는 지난달 가을철 모기 발생을 막기 위해 집중 방제작업을 했다. 도봉구도 이달부터 내년 3월까지를 ‘월동모기 특별 방제기간’으로 정하고 공동주택, 대형 건물, 학교, 사회복지시설 등의 정화조, 집수조, 하수관 등에 서식하는 성충 모기와 유충의 특별 방제활동에 들어갔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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