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도 설비투자 줄며 0.3%↓…지진·태풍 '직격탄'
[ 이현일 기자 ] 독일과 일본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나란히 전 분기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세계 경제 규모 3위 일본에 이어 4위 독일이 나란히 마이너스 경제 성장률을 기록한 데 수출 부진이 공통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면서 글로벌 경제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독일연방통계청은 지난 3분기 GDP가 전 분기 대비 0.2%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14일 발표했다.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 경제가 역성장한 것은 2015년 1분기 이후 3년 반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동기 대비 성장률도 1.1%에 그쳐 전문가 예상치(1.2%)에 못 미쳤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들은 마이너스 성장의 원인으로 미·중 무역전쟁의 충격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혼란, 독일 연정을 둘러싼 정치적 불안 등을 꼽았다. 독일 정부는 3분기 수출이 전 분기보다 줄고 수입은 늘었다고 설명했다. 독일 정부의 자동차 배기가스기준 인증 지연으로 자동차 생산이 일시적으로 주춤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스테판 슈나이더 도이체방크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무역의 역풍은 거세지고 있다”며 “수출 약세가 지속되면 단기간에 설비투자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우려했다.
이날 일본 내각부도 지난 7∼9월 실질 GDP가 전 분기보다 0.3%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연율 환산 성장률도 올 1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후 지난 2분기 3.0%로 반짝 회복세를 보였지만 다시 -1.2%로 내려앉았다. 해외 시장의 소비수요 감소로 수출이 부진한 데다 홋카이도 지진과 오사카의 태풍 등 자연재해가 겹친 탓이다. 태풍과 지진 등 자연재해로 공급망에 타격을 받은 자동차를 비롯해 전체 수출이 전 분기 대비 1.8% 감소하면서 5분기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으로 설비투자 역시 0.2% 줄어 8분기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세계 각국 정부의 경기 전망도 어두워지고 있다. 독일 정부는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을 2.3%에서 1.6%로 낮췄고, 내년 성장률은 1.5%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본 역시 올해 경제성장률이 1.1%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1.7%였다.
세계 최대 소비시장인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시장 침체가 직접적인 원인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지난달 자동차 판매량이 작년 동기보다 11.7% 감소했다고 이날 발표하는 등 고가 소비재 판매가 줄고 있다. 문화 및 사무용품(-3.3%), 술·담배(-1.2%) 등의 소매판매도 크게 감소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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