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논란' 선동열 사퇴 … '울고 싶은데 뺨 때린' 손혜원-정운찬 콤비

입력 2018-11-15 09:33   수정 2018-11-15 11:40



선동열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14일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우승이 그렇게 어려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발언했던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향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선 감독은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를 통해 국가대표 야구 선수들과 금메달의 명예를 지키고 싶다"며 비장한 얼굴로 자진 사퇴를 밝혔다.

선 감독은 기자회견 후 별도 질문을 받지 않았으며 이후 입장문을 통해 자진 사퇴 결정에는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설명했다.

지난달 10일 아시안게임 병역특혜 논란 이후 증인으로 국감에 출석한 선 감독.

경찰야구단과 상무에서 대체복무할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고 국가대표에 승선, 금메달 획득으로 병역 특례를 받게 된 오지환(LG 트윈스)이 논란의 중심이 됐다.



손 의원 등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 논란을 둘러싼 질타를 이어갔다.

손 의원은 "사과하시든지, 사퇴하시든지 하라"면서 "선 감독 때문에 프로야구 관객이 20%나 줄었다"고 몰아세웠고, 선 감독 역시 "(오지환을) 소신껏 뽑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손 의원은 또 "선 감독이 이렇게 끝까지 버티고 우기면 2020년까지 야구대표팀 감독을 하기 힘들다"며 "장관이나 차관도 마찬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소신 있게 선수를 뽑은 덕분에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했다고 하지 마라"며 "그 우승이 그렇게 어려웠다고 생각지 않는다. 사과하든 사퇴하라"고 덧붙였다.

국내 야구팬의 감소를 선 감독 탓으로 돌리면서 우승을 위해 땀 흘린 선수들의 노고를 폄하하는 이 발언은 야구에 대한 몰이해를 보여주는 단적인 대목이었다.

아울러 올 초 취임한 정운찬 KBO총재 또한 국감장에서 "TV로 야구를 보고 선수를 뽑은 건 선동열 감독의 불찰이었다"며 "전임감독제에 찬성하지 않는다. (야구는) 국제 대회가 잦지 않고 상비군 제도도 없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해 선 감독의 존재가치를 의심케 했다.

현역 국가대표 감독의 사상 첫 증인 출석으로 관심을 모았던 국감은 의원들이 이렇다 할 증거 제시나 검증은 못 하고 의혹만 제기한 채 끝나 알맹이 없는 면박 주기용 국감이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선 감독은 기자회견문에서 손 의원과 정 총재를 직접 거론했다. 회견문에는 "어느 국회의원이 말했다. '그 우승이 그렇게 어려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또한 저의 사퇴 결심을 확고히 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적혀 있었다.

이어 "선수 선발과 경기 운영에 대한 감독의 권한은 독립적이되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불행하게도 KBO 총재께서도 국정감사에 출석해야만 했다. 전임감독제에 대한 총재의 생각을 비로소 알게 됐다. 나의 자진 사퇴가 총재의 소신에도 부합하리라고 믿는다"는 입장을 전했다.

국감 당시에도 비논리적인 주장으로 많은 비난을 받았던 손 의원은 선 감독의 전격 자진 사퇴 후 또 다시 비난의 중심에 서게 됐다.

정 총재 또한 난처하기는 마찬가지다. 장윤호 KBO 사무총장은 선 감독의 갑작스러운 사퇴 발표와 관련해 "정 총재가 '그러면 안된다'라고 만류했다. 선 감독이 나가는 문까지 막고 복도까지 쫓아가며 도와달라고 요청했었다"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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