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굿모닝하우스 오찬은 ‘평화밥상’이라며 자랑
이재명 지사, 기념촬영 때만 ‘친절한 공개 포즈’
그 외엔 경찰·경호원 수십명 대동하며 과잉 통제
지자체 홍보에만 열 올리는 모습 ‘빈축’
“죄송하지만 오늘 행사들은 비공개라 일일이 확인해 드릴 수 없습니다.”
이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의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대표단 5명이 15일 방남 후 첫 일정으로 판교테크노밸리 일대와 경기도농업기술원 참관을 나섰을 때 경기도 관계자들이 계속 강조한 말이었다. 이 부위원장 일행이 향하는 곳마다 경기도에서 동원한 경찰과 경호원, 도 관계자 수십 명이 에워쌌다. “북측에서 비공개를 원한다”는 게 경기도에서 내세운 명목이었다. “경기도에서 제공하는 사진이나 영상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이 부위원장과 오찬을 하기로 한 수원 굿모닝하우스(옛 경기도지사 공관)에서 경기도 측의 태도는 180도 변했다. 두 사람의 점심 식사에 대해 장황한 설명을 하며 ‘평화 밥상’이라고 홍보하기 시작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황교익 음식칼럼니스트의 자문을 받아 파주시 장단콩과 파주 쌀, 개성 인삼, 장단 율무와 사과 등 남북한의 접경지역에서 생산되는 식재료를 가져왔다”고 밝혔다. 밥상 사진도 배포됐다.
오찬은 손님맞이 아뮤즈로 명란무만두와 육포율무단자, 새우관자어선이, 에피타이즈로 돼지안심냉채와 장단사과샐러드, 해산물과 묵을 이용한 냉채스프, 장단콩물타락죽(고구마칩과 사과부각)이 제공됐다. 메인 요리로는 잡곡밥과 개성인삼향연저육, 장단사과닭찜, 전복들깨미역국이, 후식으로 인삼정과와 콩양갱, 고구마몽블랑이 올려졌다. 황교익 음식칼럼니스트의 자문으로 요리됐다. 이 지사는 오찬에 앞서 이 부위원장의 선친 이기영 작가의 소설 ‘고향’의 남측 발간서적을 선물했다. 이 같은 내용은 ‘금일 오찬 관련해 다음과 같이 알려드립니다’란 문자 메시지로 ‘친절하게’ 전달됐다.
경기도가 지나치게 자체 홍보에만 열을 올리는 모습도 빈축을 살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이 부위원장을 겹겹이 둘러싸는 통제인원들은 이 지사가 이 부위원장과 기념사진을 찍자 권할 때 갑자기 태도가 부드러워졌다. 이 지사는 기자들을 향해 친절하게 인사하며 이 부위원장과 기념 사진 포즈를 취했다. 사진 촬영이 끝나면 “북측이 비공개를 원한다”는 말이 반복됐다.
북한 대표단이 방남해 지방자치단체를 단일 방문한 건 경기도가 처음이다. 특히 우리 측의 산업시설을 둘러 보는 건 2007년 이후 11년 만이다. 경기도는 옥류관 유치와 황해도 스마트 농장 등의 교류협력 사업, 이 지사의 방북 등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남북 교류와 평화를 외치기엔 아직 경기도의 그릇이 작아 보인다.
고양=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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