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소비 액센츄어 하이테크부문 대표
기업 내부서 전문가 양성해 임직원에 변화 필요성 설득해야
액센츄어는 디지털化로 아낀 비용 M&A 등 신사업에 과감히 투자
한국에는 '얼리어답터' 많은 만큼 다른나라보다 디지털전환 쉬울 것
[ 오상헌 기자 ]
“현재의 주력 사업을 디지털 방식으로 바꾸는 건 ‘디지털 전환’ 작업의 1단계일 뿐입니다. 이를 통해 절감한 비용으로 새로운 디지털사업에 뛰어드는 등 사업 구조를 바꿔나가야 진정한 디지털 전환 작업이 완성됩니다.”
데이비드 소비 액센츄어 글로벌하이테크사업부문 대표(사진)는 15일 ‘디지털 비즈니스 포럼 2018’에서 “업종에 따라 시간적인 차이만 있을 뿐 디지털 전환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소비 대표는 지난 25년 동안 액센츄어에서 반도체, 컴퓨터, 산업기술 등을 컨설팅해온 하이테크 전문가다.
디지털에서 ‘금맥’ 캔 액센츄어
소비 대표는 디지털 전환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 자신이 몸담고 있는 액센츄어를 들었다. 세계 최대 시스템통합(SI) 업체인 액센츄어는 2012년께 대대적인 사업 전환에 나섰다. 기존 사업인 SI에 디지털을 입혀 절감한 비용으로 클라우드 서비스, 디지털 보안, 블록체인 솔루션 등 신사업에 투자했다.
액센츄어는 단순·반복적인 업무에 인공지능(AI)을 도입해 전체 인력의 7.8%에 해당하는 3만5000명가량을 감축했다. 이렇게 기존 사업에 ‘디지털 리모델링’을 해 20% 안팎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뒀다. 그리고 이 돈을 신사업을 일으키는 데 썼다. 부족한 역량은 100여 개 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방식으로 메웠다.
액센츄어의 신사업은 날아올랐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열리면서 액센츄어의 디지털 서비스를 찾는 기업이 가파르게 늘어났다. 소비 대표는 “액센츄어 매출에서 신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20%에서 올 들어 60%까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적절한 시점에 한 디지털 변환 덕분에 ‘제2의 전성기’를 맞은 기업은 액센츄어만이 아니다. 182년 역사의 프랑스 에너지 관리업체 슈나이더일렉트릭은 2009년 ‘전공’인 산업용 부품을 뒷전으로 밀어내고 사물인터넷(IoT)을 기반으로 한 에너지 관리업체로 간판을 바꾼 뒤 최고의 정보기술(IT)업체로 거듭났다.
“빨리 실패하고 빨리 배워라”
소비 대표는 각 기업이 디지털 전환에 성공하려면 최고경영자(CEO)의 강력한 리더십과 각 기업 문화에 맞는 세밀한 전환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글로벌 기업 1000곳을 조사한 결과 99%가 디지털 전환이 필요하다고 답했지만 행동에 나선 기업은 2%에 불과했다”며 “디지털 전환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소비 대표는 디지털 전환이 쉽지 않은 이유로 변화에 대한 임직원의 저항을 꼽았다. 누구나 익숙해진 것을 바꾸는 걸 꺼리는 만큼 임직원에게 ‘바꿔야 하는 이유’와 ‘바뀐 뒤의 모습’을 설명한 뒤 함께 나아가야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그는 “디지털 전환의 성패는 임직원을 한 방향으로 이끄는 CEO의 리더십과 임직원의 변화 수용 정도에 달려 있다”며 “실리콘밸리처럼 ‘빨리 실패하고 빨리 배운다’는 관행을 정착시켜 변화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는 것도 전통기업의 디지털 전환작업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디지털 전환을 이끌 전문가를 내부에서 양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래야 디지털 마인드가 회사 구석구석에 박히기 때문이다. 소비 대표는 “디지털 전환은 외부의 기술 전문가를 몇 명 영입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며 “대다수 임직원이 변화에 동의할 때 디지털 전환의 동력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에는 ‘얼리어답터’가 많은 만큼 다른 나라에 비해 디지털 전환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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