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업황 분석
이응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
지난 5월31일 중국 정부가 보조금 삭감 정책을 발표하면서 태양광 시장은 얼어붙었다. 올해 중국 태양광 시장 규모가 당초 전망(50GW)보다 20GW 줄어든 30GW 수준에 머물 것이란 전망이 대두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전 세계에 새로 설치된 태양광 발전 규모는 101GW며, 이 중 중국 비중은 52%(53GW)에 달했다.
당초 예상한 올해 세계 태양광 시장 규모는 지난해보다 6.2% 증가한 107GW였다. 그동안 지나치게 빠르게 커진 중국 시장이 추가적으로 성장하지는 않겠지만 현상 유지(약 50GW)는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었다. 하지만 중국의 정책 변경 여파에 올해 태양광 발전설비 설치량은 지난해보다 8.4% 감소할 전망이다.
예상보다 수요가 줄어들면서 태양광 밸류체인 가격이 폭락하기 시작했다. 태양전지 원료인 폴리실리콘 가격은 5월 ㎏당 평균 15달러였으나 11월 들어선 10달러를 밑돌기 시작했다. 6월 이후 웨이퍼, 셀, 모듈 등 태양광 관련 제품 가격이 25~35% 하락했다.
태양광산업에서 ‘수요의 역성장’은 전례 없는 일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나 남유럽 재정위기가 발생했을 때도 태양광 수요는 계속 증가했다. 지난해에도 태양광 발전과 비슷한 시기에 출현한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국면에 접어들었지만 태양광 시장은 전년 대비 35%나 성장했다. 그만큼 올해 역성장은 충격적이다.
태양광 시장은 다시 성장국면에 진입할 수 있을까? 해답은 당연히 중국에 달려 있다. 일단 지난 5일 일어난 일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중국 현지 언론사가 중국 정부가 2020년 말까지 신규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량 목표치를 270GW로 높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3분기까지 누적 설치량이 165GW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내년이나 2020년 중 태양광 신규 수요가 지난해 수준인 50GW 내외로 회복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이날 롱지솔라, GCL 등 중국 태양광 업체들의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했다. OCI 주가도 10% 상승했다. 중국 정부도 태양광업계가 힘들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부양책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중국의 정책이 변하지 않더라고 내년 세계 태양광 신규 설치량은 121GW로 올해보다 31% 증가할 전망이다. 태양광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0년 태양광 패널 가격은 순간 최대발전용량(WP)당 1.75달러였으나 지난해에는 0.33달러까지 하락했다. 올해 11월 가격은 0.22달러 수준으로 지난해보다 29% 더 싸다. 화석연료와 태양광의 발전단가가 동일해지는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가 현실화되고 있다. 매년 발전원별 생산단가를 분석해 발표하는 미국 자산운용사 라자드(Lazard)가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태양광 발전단가는 ㎾h당 4.3센트까지 하락했다.
중국을 제외하더라도 각국 정부의 태양광 육성 의지도 여전히 강하다. 인도는 2022년까지 100GW 규모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올해까지 설치된 규모는 20GW에 불과하다. 내년부터 수요가 대폭 늘어야 한다. 남유럽 재정위기 이후 주춤했던 유럽연합(EU)에서도 태양광 시장이 올해 대비 27% 정도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EU 전역에선 신재생에너지 설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트럼프 정부의 반태양광 정책으로 올해 역성장(-5%)했던 미국 태양광 발전설비 설치량도 내년에는 20%가량 증가하면서 회복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2020년부터 태양광 세액공제제도(ITC)가 축소돼서다.
태양광 수요 회복과 시황 회복(밸류체인 가격 반등 혹은 태양광 업체들의 수익성 복원)은 별개의 문제다. 현재 세계 태양광 발전(태양전지나 패널 기준) 생산능력은 150GW로 추정되고 있다. 내년 태양광 수요 전망치(121GW)에 비해서는 여전히 많다. 원료인 폴리실리콘 생산능력도 대폭 늘어난다. 내년 말 기준 업체들의 공급능력은 지난해 말 대비 21% 증가할 전망이다.
수요가 회복돼도 태양광 업체들이 살아남아 수익성을 개선하려면 치열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태양전지(셀·모듈) 업체들은 신기술 도입을 통해 생산설비 효율성을 개선하고 있다. 태양전지의 뒷면에 반사판을 달아 그냥 빠져나가는 빛마저도 발전원료로 쓸 수 있도록 하는 PERC 기술을 도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기술은 과거에는 가격이 싼 대신 효율이 낮은 다결정 태양전지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최근에는 단결정 태양전지에도 적용되기 시작했다. 원가가 조금 상승하더라도 신기술을 적용해 발전량을 최대한 늘릴 수 있다면 전체 프로젝트의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어서다. 태양전지를 패널 양면에 부착해는 ‘양면 셀(Bifacial Cell)’ 기술도 최근 주목받고 있다.
태양전지 업체들은 원료 투입량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원가 절감에도 힘쓰고 있다. 2010년 이전만 해도 폴리실리콘 투입량은 WP당 5g 이상이었지만 최근에는 4g 수준으로 감소했다. 폴리실리콘 업체들은 생산과정에 투입되는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전력비가 폴리실리콘 생산원가의 30%를 차지해서다.
태양광 수요 회복이 받쳐주는 가운데 각 밸류체인 업체의 효율성 개선과 원가 절감 노력이 더해진다면 태양광 시황은 올 하반기 저점을 찍고 점차 개선될 것이다.
eungju.lee@shinh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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