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예진 기자 ]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면 주인공 프레디 머큐리가 에이즈 진단을 받는 장면이 나옵니다. 마침 TV에서는 에이즈 환자들의 모습이 비치면서 현재로선 치료 방법이 없다는 뉴스가 나오죠. 록그룹 퀸의 리드 싱어였던 머큐리는 1991년 11월23일 에이즈 투병 사실을 발표한 다음날 사망합니다. 에이즈에 걸리면 피를 토하고 온몸이 썩어들어가면서 서서히 죽는다는 인식이 대부분이었죠.
그런데 이런 생각을 완전히 바꾼 사람이 있습니다. LA레이커스의 전설적인 가드로 이름을 날린 농구 선수 매직 존슨입니다. 머큐리가 사망하기 2주일 전 에이즈 감염으로 은퇴를 선언한 그는 27년이 지난 지금도 생존해 있습니다. 조기 진단을 받은 데다 여러 가지 약물을 사용해 내성을 막는 데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하나의 알약에 여러 가지 성분을 넣은 복합제가 나와 에이즈 치료에 새 국면이 열렸습니다. 예전엔 내성이 생기면 약을 계속 바꿔야 하고 한번에 많은 약을 먹어 부작용이 심했지만 이제는 이런 문제점을 개선한 약물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제품이 국내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제 시장의 60%를 장악하고 있는 길리어드의 ‘젠보야’(사진)와 GSK의 ‘트리멕’입니다. 젠보야는 길리어드가 ‘스트리빌드’의 후속 제품으로 내놓은 약물인데요. 테노포비르 디소프록실 푸마르산염(TDF) 대신 테노포비르 알라페나미드(TAF)라는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TDF는 길리어드의 B형 간염 치료제 ‘비리어드’의 성분으로, TAF는 ‘베믈리디’로 잘 알려져 있죠. TAF는 TDF 대비 10분의 1의 용량으로 항바이러스 효과를 보이는 약물입니다. 다른 약물을 사용한 경험이 있어도 효과를 보이고 신장 뼈 등과 관련된 부작용을 개선해 최근 시장 점유율이 급증했습니다.
올초에는 길리어드의 ‘트루바다’라는 약물이 HIV-1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약물로 허가받았습니다. 감염 위험이 높은 사람이 사전에 약을 먹으면 바이러스 증식을 막을 수 있는데요. 에이즈도 예방이 가능한 시대에 접어든 셈입니다. 이 외에도 데스코비, 키벡사 등 국내 출시된 HIV 치료제는 10개가 있습니다. 환자 특성에 따라 약물을 선택해 사용할 수 있습니다. 치료제의 진화로 에이즈는 당뇨병, 고혈압처럼 평생 약을 먹으면서 관리할 수 있는 단계까지 왔습니다. 걸리면 무조건 죽는 병은 아니라는 얘깁니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한 번 복용으로 완치할 수 있는 약물을 개발하는 겁니다. 암을 치료하는 세포, 유전자 치료제도 개발되고 있으니 언젠가는 에이즈를 정복하는 날이 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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