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産團에 몰려드는 기업…경주, 글로벌 미래車 산업기지로 질주

입력 2018-11-16 17:11  

대한민국 도시 이야기
'첨단 산업도시로 변신' 경북 경주시

인구 30만 돌파 노린다
29개 産團에 1760개 기업 입주
원전해체硏·방사선기술원 등 유치
신재생에너지 産團 조성도 추진

관광객 2000만명 시대 연다
2025년까지 1.6兆 투입
1300년 前 '신라 왕경' 복원



[ 하인식 기자 ]
경북 경주(慶州)시는 1955년 경주군 경주읍이 시로 승격된 후 1995년 경주군 감포·안강읍 등과 4읍8면17동으로 통합됐다.

전체 면적은 1323㎢로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강원 홍천군 다음으로 넓은 면적을 갖고 있다. 시는 통합 이후 대한민국 수학여행 1번지로 발전을 거듭해 1999년 인구가 29만2000여 명에 이를 만큼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관광산업에 의존한 경제구조와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개발에 많은 제약을 받으면서 도시는 활력을 잃어갔다. 지난 10월 말 인구는 25만6983명으로 전성기 때와 비교해 3만5000여 명 줄었다.

시는 인구 30만 명을 목표로 산업단지 조성과 기업 유치, 신라왕경(王京)유적 복원 프로젝트 등을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경주가 그리는 미래는 시민이 문화재와 함께 융화합하는 역사문화·산업관광 도시”라며 “고품격 관광정책과 최고 경쟁력을 갖춘 산업도시, 신라문화 복원으로 경주를 ‘한국의 로마’로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문화유적도시가 첨단 산업도시로 변모

경주시는 땅만 파면 유물이 쏟아져 나오는 문화도시지만 관광업이 쇠퇴하면서 1995년 통합 당시 29만여 명이던 인구는 10년여 만에 27만여 명으로 줄고 도시는 빠른 속도로 슬럼화됐다.

경주시가 제조업에 눈을 뜬 것은 2005년 말 주민투표로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을 유치하면서다. 정부지원금 3000여억원을 지원받은 경주시는 울산·포항 경계지역인 외동읍과 천북·강동면 지역에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데 매달렸다. 2006년 8개 단지 294만㎡이던 산단은 29개 단지 1357만㎡로 4.6배 불어났다. 경북 전체 산단 면적의 28.3%를 차지한다. 입주기업도 자동차 부품업체 500개와 기계금속업체 652개 등 총 1760개에 이른다.

경주시는 지방산단을 ‘미래형 전기자동차 특화산업단지’ ‘자동차 모듈화 부품산업클러스터’ 등 미래형 첨단 자동차 기지로 육성하기로 했다. 2016년 양북면 장항리에는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건물이 들어서고 서울 본사 직원 1000여 명과 협력업체 직원 등 총 3000여 명이 입주했다. 시는 원전해체연구센터, 방사선융합기술원, 제2원자력연구원 등을 유치해 경주를 그린에너지 복합산업단지로 조성한다는 목표다.


구도심에 문화예술 거리 조성

규모 5.8의 강진이 발생한 지 2년이 지난 경주시는 관광객들이 다시 찾으면서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16일 시에 따르면 경주를 찾은 관광객은 2017년 1261만 명으로 지진이 난 2016년보다 166만 명 넘게 늘었다. 올해는 10월 말까지 1150만 명이 찾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30만 명 증가했다.

하지만 학생 수학여행단은 늘지 않고 있어 불국사 인근에 있는 27개 숙박단지는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40억원 가까운 손실을 봤고 직원 600여 명은 대부분 일자리를 잃었다. 인근에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한 경주 신라밀레니엄파크는 경매에 부쳐졌다.

경주시는 관광업 활성화 전략으로 직접 체험하고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관광콘텐츠를 개발해 젊은 층을 끌어들이기로 했다. 문화예술의 향취가 흐르는 구도심으로 젊은이들이 자연스럽게 유입되도록 노천극장과 예술의 거리, 플리마켓, 포토존 등을 조성하기로 했다. 기존 보문관광단지는 관광모노레일, 보문 에비뉴, 안전테마파크 등을 유치해 새로운 차원의 볼거리와 먹거리, 즐길거리를 제공하기로 했다. 2020년 개항 100주년을 맞는 감포항을 아시아 최고의 미항으로 개발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동해안 일출 명소인 송대말 등대 문화공간 조성과 양남면 읍천리와 나아리를 잇는 해안 명품 트레킹 코스 개발 등 새로운 해양관광콘텐츠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천년고도 서라벌’ 되살린다

경주시는 문화재청, 경상북도 등과 1조6000억원을 들여 옛 신라수도 ‘서라벌’을 2025년까지 옛 모습대로 부활시키는 신라왕경 복원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복원사업은 서라벌의 왕궁이 있던 인왕동과 월성·황오·구황동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월정교(月淨橋) 복원을 비롯해 신라왕궁(월성), 황룡사, 동궁(東宮)과 월지(안압지) 등 8개 사업이 핵심이다. 신라시대 왕궁인 월성과 남산의 연결 통로인 인왕동 월정교는 길이 66m, 폭 9m 규모로 거의 복원된 모습을 드러냈다.

시는 황남·사정·인왕동 일대 전통한옥마을 정비, 신라 56왕과 6부 촌장을 모시는 신라역사관과 신라정신문화원, 경주세계유산센터, 신라불교역사문화체험관 건립 등 신라 천년의 역사문화콘텐츠를 다양화하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서라벌은 최고 번성기던 8세기에 인구 100만 명이 거주한 메가도시였다”며 “이 사업이 완성되면 경주시는 고대 대도시의 웅장한 건축물들이 현존하는 국제적인 역사문화관광도시로 우뚝 서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주=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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