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南亞太 35개國 담당직원수
美·캐나다 커버 인력과 비슷
박동휘 정치부 기자
[ 박동휘 기자 ] 외교부 남아시아태평양국은 요즘 서울 광화문 외교부 청사에서 가장 늦게 불이 꺼지는 곳이다. 지난 13일 개막한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을 준비하느라 약 한 달 전부터 연일 야근이다.
16일 문재인 대통령을 수행, 실무를 총괄하던 남아태국의 김은영 국장이 싱가포르 호텔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과로로 인한 뇌출혈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과로로 보인다. 매우 안타깝다”고 글을 올렸다.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파푸아뉴기니로 가면서 문 대통령은 주치의를 남겨 치료를 돕게 했다.
문 대통령이 주창한 신남방정책은 미국 등 4강 외교에 쏠려 있던 한국의 외교를 다변화한다는 측면에서 국내외의 주목을 받고 있다. 현지 한국대사관엔 “구체적인 계획을 알고 싶다”는 문의가 빗발친다고 한다. 한국형 발전 모델을 배우고 싶어 하는 열기다. 하지만 신남방정책의 실무 주체인 외교부는 인력 등 부족한 ‘인프라’ 탓에 쏟아지는 관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남아태국만 해도 담당하는 국가가 35개에 달한다. 하지만 직원 수는 미국 캐나다 등 2개국을 ‘커버’하는 북미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동남아 공관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과 일본이 20명 규모로 아세안 대표부를 꾸린 데 비해 자카르타에 있는 한국 아세안 대표부 직원은 6명이다. 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이런 규모로는 기본적인 업무만 소화하는 정도”라고 지적했다.
김 국장은 출국 전에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열악한 업무환경을 토로했다. “2~3년 차 사무관들이 대통령이 참석하는 정상회의 보고서 초안을 만드는 게 우리 현실입니다.” 하루빨리 김 국장이 쾌유하길 간절히 바란다.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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