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렬로 선 부스 도우미, 군대 문화 떠올라
과거보다 훨씬 양호해졌지만 선정성 여전
"잘 보셨어요?" 기자의 질문에 지스타를 찾은 김정아(38)씨는 "잘 보긴 했는데…"라고 말 끝을 흐렸다. 서울에 거주하는 김씨는 게임을 좋아하는 두 아들(중학생·초등학생)의 지스타 관람을 위해 처음으로 부산을 찾았다. 개막 취재 과정에서 만난 김씨는 "아이들이 게임을 좋아해 휴가를 내고 찾아왔다"며 "지스타를 처음 방문하는데 기대가 크다. 꼼꼼히 둘러보고 갈 생각"이라 말했다.
오후 2시 전시장 내부에서 김씨와 마주쳤다. 눈 인사를 하고 지나쳤는데 2시간 뒤 전시장 밖에서 또 다시 만났다. 할 말이 있는 듯한 김씨의 표정에 전시 소감을 묻자 기다렸다는 듯 "잘 보긴 했는데 조금 민망한 상황이 있었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게임의 주인공을 모방하는 '코스튬 플레이'의 선정성에 당황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다양한 체험행사와 e스포츠, 콘텐츠 크리에이터 등이 인상적이었다"면서도 "코스튬 플레이는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꼰대라 욕해도 어쩔 수 없다. 두 아들의 엄마라 더 불편하게 느껴진 거 같다"고 언급했다.
"총을 쏘는 여전사가 꼭 깊게 파인 탱크톱에 한뼘 치마를 입어야 하나요". 그의 물음에 과거와 비교하면 굉장히 건전해졌다고 답했지만 "올해 처음왔다"는 답변에 더이상의 설득은 무의미해 말을 줄였다.
지스타 홍보 마케팅이 과거와 비교해 상당히 건전해졌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김씨의 지적이 구시대적 발상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 대부분은 "과거와 비교하면 천지개벽한 수준"이라고 입을 모은다.
과거 지스타는 정도가 지나쳤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노출 심한 부스걸이 중요한 홍보 수단이었다. "얼마나 유명한 모델을 섭외하느냐에 따라 전시 성공 여부가 갈릴 정도였다"라는 말까지 나온다. 하지만 모터쇼 레이싱걸 노출 문제가 지스타로 옮겨오면서 지스타 분위기도 빠르게 바뀌었다. 선정적인 부스걸을 지양하는 분위기가 정착된 것이다. 실제 김씨와 달리 기자가 느낀 지스타는 눈살을 찌푸릴 정도는 아니었다. 몇몇 업체의 코스튬 플레이를 제외하면 노출이 있는 옷을 찾기 힘든 수준이었다.
다만 김 씨의 지적이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드물었지만 노출 있는 의상을 입은 코스튬 플레이는 여전히 존재했다. 소녀전선, 얼티밋 스쿨 등을 서비스하는 중국 게임업체 X.D글로벌이 대표적이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시각에 따라 충분히 민망하게 느낄 수 있다고 생각됐다.
이와 별개로 부스 도우미(게임 체험을 돕고 전시장을 관리하는)들이 전시장을 둘러싸고 일렬로 서 관람객을 맞이하는 모습은 개선이 필요해 보였다. 넥슨, 넷마블 등 국내 대표 업체들 조차 전시회 개막에 맞춰 부스 도우미를 일렬로 세워 관람객을 맞았다. 다행히 낯 뜨거운 차림새는 아니었지만 10년 전 떠나온 군부대가 떠올라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 '굳이 저렇게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 부분이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코스튬 플레이에 대해 불편하게 느꼈을 수도 있지만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며 "일렬로 서 관람객을 맞이하는 모습은 지스타에서만 연출되는 모습이 아니다. 크게 문제될 게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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