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플릿PC·AI 통한 업무 도입
간단한 업무는 스마트ATM 활용
통장 개설·OTP카드 발급 등
창구업무 90% 이상 고객이 처리
[ 김순신 기자 ]
지방은행들이 점포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시중은행과 경쟁에 나서고 있다. 태플릿PC를 통한 업무 도입, 인공지능(AI) 챗봇 개발은 물론 창구에 현금과 종이가 없는 미래형 점포 개설을 통해서다. 부산은행 관계자는 “비대면 채널 강화 등으로 지역을 벗어나 새로운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에 디지털 역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수익성이 떨어지는 점포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운영비용이 적게 드는 디지털 점포로 전환하면 손님이 적은 오지 지역의 금융공백을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형 점포 선보인 부산은행
부산은행은 지난 13일 부산 구서동지점과 남양산지점에 디지털이 접목된 미래형 영업점을 열었다. 미래형 영업점은 디지털 기술을 통해 소비자 스스로가 대다수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점포를 뜻한다. 소비자가 미래형 영업점에 들어서면 기존 영업점에서 볼 수 없던 다양한 디지털 기기를 접하게 된다. 우선 영업점 입구에는 생체인증 시스템과 지능형 순번 시스템이 결합한 ‘디지털컨시어지’가 설치돼 있다. 이 기기에서 생체인증 등의 절차를 거쳐 방문 목적을 입력하면 그 정보가 창구직원에게 전송된다. 소비자는 방문 목적에 맞는 담당직원으로부터 맞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간단한 업무는 객장 안에 있는 스마트 ATM(자동화 기기)을 사용하면 된다. 이 기계는 예금 이체와 출금 서비스 등을 할 수 있던 기존 ATM과 달리 생체인증 및 직원과의 영상통화를 통해 통장 개설, 체크(현금)카드 발급, 인터넷뱅킹 신규 신청, OTP카드 재발급 등 창구업무의 90% 이상을 고객이 직접 처리할 수 있다.
빈대인 부산은행장은 “디지털 점포는 셀프(self), 페이퍼리스(paperless), 캐시리스(cashless) 등 세 가지 개념을 포함하고 있다”며 “디지털 점포 직원은 태블릿PC를 가지고 예금, 대출상담만 수행하기 때문에 종이서류가 없고 현금을 만질 필요도 없다”고 강조했다. 부산은행 관계자는 “단순 업무 안내를 위한 챗봇, 음성인식 기능이 있는 대화형 상담봇을 도입한 데 이어 올해 말까지 AI 스피커와 연계한 뱅킹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은 올 들어 모든 점포에 태블릿PC로 업무를 볼 수 있는 디지털 창구를 설치했다. 두 은행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고객 인증, 손바닥 지문 인증 도입 등도 추진하고 있다. 대구은행 역시 지난해 12월 대구 동대구역에 365일 유·무인 디지털 복합점포 ‘DGB셀프창구’를 열고 본격적인 영업창구 혁신에 들어갔다.
◆시중은행도 점포 혁신 잰걸음
시중은행들은 지점 효율화 차원에서 디지털 점포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PC와 스마트폰 등을 활용한 비대면 채널이 활성화됨에 따라 과거 은행 영업력을 상징하던 ‘점포’도 변신을 꾀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스마트ATM을 활용한 무인점포 설치다.
무인화 점포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곳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은 2015년 스마트ATM을 도입한 이후 전국에 45대를 배치했다. 여기에 최근엔 스마트ATM으로만 모든 업무를 보는 100% 무인점포를 세 곳이나 열었다.
국민은행은 강남역, 가산디지털종합금융센터 등 일부 영업점에 사용하던 스마트ATM을 전국 30여 곳에 설치해 운영 중이다. 우리은행은 2016년 스마트ATM을 도입한 뒤 현재 48대를 운영하고 있으며 노들역, 고려대 지점에선 무인 특화점포인 ‘위비 스마트브랜치’도 제공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종이값 등 운영비를 줄인 디지털 점포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며 “비대면 거래에 익숙한 소비자에게 적합하게 점포도 변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간,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소비자들이 생활 패턴에 맞춰 은행업무를 볼 수 있는 장점 때문에 디지털 점포에 대한 반응도 좋다”고 설명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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