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 전에 자금 회수까지 완료... 계약금 내고, 매각차익 거둬
해외부동산 투자도 'ROE 투자'로
≪이 기사는 11월19일(08:09)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메리츠종금증권이 독일의 온라인 패션 유통업체 잘란도 본사 빌딩(Zalando Campus·사진)에 투자한 지 1년 4개월여 만에 3700만유로(약 47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국내 증권사가 건설 중인 해외 오피스 빌딩을 매입하고, 준공 전에 자금회수(엑시트)까지 성공한 첫 사례다.
18일 부동산금융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종금증권은 최근 미국계 부동산 자산운용사인 하인즈(Hines)에 베를린 잘란도 본사 빌딩을 2억3300만유로(약 3000억원)에 매각했다.
잘란도 빌딩은 베를린 내 신도심으로 각광받는 프리드리히스하인-크로이츠베르크 지역에 건설 중인 연면적 4만2345㎡ 규모의 오피스 빌딩이다. 유럽에서 ‘패션계의 아마존’로 불리는 온라인 의류 쇼핑몰을 운영하는 잘란도가 준공 후 12년을 임차하기로 약속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해 현지 부동산 개발회사 UBM로부터 이 건물을 1억9600만유로(2500억원)에 사들이기로 ‘입도선매’ 계약을 맺었다. 그해 7월 계약금을 치렀고, 올해 말 준공 시점에 잔금을 내기로 했다. 그러나 이번에 매각에 성공하면서 준공도 되기 전에 매각 차익 470억원을 남길 수 있게 됐다.
메리츠종금증권은 계약금 일부를 차입하는 등 실제 투자금은 200억원이 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소유권을 완전히 이전받기 전에 건물을 매도할 권리를 적극 활용한 계약”이라며 “잔금은 하인즈가 UBM에 치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준공 전 부동산 투자는 리스크가 큰 대신 수익률도 높다. 장기 임차계약을 맺었더라도 공사 진행 상황에 따라 파기될 가능성이 있고, 건설사 사정에 따른 공사 중단 등의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우선 임차인으로 예정된 잘란도를 면밀히 분석한 끝에 투자 위험도가 낮다는 판단을 내렸다. 당시 질란도는 국제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을 받지 않은 회사였지만 쇼핑몰의 성장세를 볼 때 믿을 만한다고 판단했다. 이후 다양한 자금회수 계획을 준비했다. 건물 전체를 인수한 뒤 공제회 보험사 등 국내 기관투자가에게 재판매(셀다운)하는 등이다. 손성우 메리츠종금증권 이사는 “글로벌 부동산 운용사 중에서 단 5% 만이 준공 전 건물에 투자한다”며 “매입 직후부터 15차례 이상 투자자들과 꾸준히 접촉해온 결과 하인즈라는 적절한 매수자를 찾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금융업계에서는 이번 매각은 자기자본의 투입을 최소화하면서 ‘준공 전 리스크’를 감수해 수익률을 극대화한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매출이나 영업이익이 아닌 자기자본이익률(ROE)를 최우선 가치로 삼는 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부회장(대표이사)의 경영 방침이 잘 드러났다. 곽영권 메리츠종금증권 구조화금융본부장은 “팀 뿐만 아니라 경영진 차원에서 리스크와 매도 방식을 면밀히 고려해 성공한 전략적 투자였다”고 말했다.
김대훈/유창재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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