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P대출 20곳서 1000억 피해…규제 강화되나

입력 2018-11-19 17:42  

금감원, 178개 업체 P2P 대출 실태 점검

가짜금괴·허위상품 투자 모집
임의로 가상화폐·주식 투자
연체율 낮추려 대출 돌려막기도

P2P업계 "일부 불법업체 탓에, 규제 강화땐 성장 걸림돌 될 수도"



[ 박신영/김순신 기자 ] 금융감독원이 개인 간(P2P) 금융거래 연계대부업체 178개사 중 20곳을 사기·횡령 혐의로 검찰에 수사의뢰하거나 경찰에 수사정보를 제공했다. 금감원은 P2P 업체 20곳이 유용한 투자자금만 1000억원이 넘고 피해를 본 투자자도 수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금감원은 이 같은 내용의 P2P 대출 취급실태 점검 결과를 19일 발표했다.

허위 담보에 대출 돌려막기까지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금융위원회에 등록한 P2P 연계대부업체는 193개사다. P2P 사업자 자체는 대출할 수 없기 때문에 대부업체가 반드시 끼어야 하며, 이런 대부업체를 연계대부업체라고 한다.

P2P 금융거래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으나 부실대출 위험이 있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었다. P2P 금융거래는 돈을 빌리려는 사람이 P2P업체에 대출을 신청하면 P2P 연계대부업체가 대출을 실행하는 구조다. P2P 연계대부업체의 자금은 P2P업체가 모집한 투자자들로부터 공급받는다. 투자자들도 P2P 연계대부업체를 통해 원리금을 상환받는다.

금감원은 지난 3월부터 P2P 연계대부업체에 대한 실태조사를 시작했으며 178곳의 조사를 마무리했다. 금감원 조사 결과 P2P 연계대부업체들은 허위담보에 대출 돌려막기를 일삼아 온 것으로 나타났다. 한 P2P 연계대부업체는 1㎏짜리 골드바 123개를 담보로 받아 보관 중이라며 골드바 금고 사진과 함께 한국금거래소의 보증서를 게시했지만 골드바와 보증서 모두 가짜였다. 일부 업체에서는 투자금을 받아 차주에게 전달하지 않고 주식이나 가상화폐에 투자한 경우가 적발됐다.

금감원이 적발한 불법 P2P 업체 중 가장 큰 회사는 업계 3위인 루프펀딩이었다. 피해자는 8000명, 피해금액은 4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금감원은 파악했다. 이외에 아나리츠, 폴라리스펀딩 등 꽤 알려진 업체도 불법행위를 했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규제 강화로 산업 성장 저해”

전문가들은 P2P 금융거래에서 불법 행위가 성행하는 이유로 P2P금융을 규제하는 현행법이 없다는 점을 꼽는다. 금융당국이 조사를 통해 부실 등을 발견해도 손을 쓰거나 감독할 방법이 없다. 금감원은 P2P업체를 조사하지 못해 P2P 연계대부업체를 들여다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회적으로 P2P금융거래를 규제하는 셈이다. 금융회사에 대한 관리·감독 및 제재 근거는 금융위원회가 지난해부터 시행 중인 ‘P2P대출 가이드라인’이 유일하다.

P2P업계는 이번 대규모 단속으로 인해 P2P 규제가 강화돼 P2P 금융업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예를 들어 현재 P2P대출 가이드라인상 투자 한도는 신용대출과 동산담보대출에 한해서만 중개업체당 2000만원이며 부동산대출은 중개업체당 1000만원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P2P대출 규제 강화 분위기가 이어질 경우 이 가이드라인이 그대로 법제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시장이 성장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P2P 대출이 ‘복마전’으로 인식될 경우 금융회사들의 P2P 투자 허용은 상당 기간 미뤄질 것이란 걱정도 나온다. P2P를 먼저 도입한 미국은 금융회사나 기관투자가들이 시장에 진입해 시장을 키웠다. 한 P2P업체 대표는 “P2P 금융은 시작된 지 3~4년에 불과한 신산업”이라며 “정부가 불법은 단속해야겠지만 규제의 담을 높일 경우 시장 자체가 크지도 못하고 사그라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신영/김순신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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