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與, 박원순 지키려고…"
홍영표 "감사원 감사가 먼저"
예산소위 구성도 '제자리걸음'
[ 하헌형 기자 ]
‘고용 세습 의혹’ 국정조사 도입을 둘러싼 여야 간 갈등으로 국회 공전이 장기화하고 있다. 여야 3당 원내대표는 내년도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12월2일)을 불과 2주 앞두고 19일 만나 국회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지만 합의를 보지 못했다.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국회 일정 전면 보이콧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김성태 한국당,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만나 공공기관 채용 비리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실시 등 핵심 쟁점을 놓고 대화를 나눴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홍 원내대표는 만남 직후 “두 야당과 의견 조율이 안 돼 더 논의하기로 했다”며 “야당의 지나친 요구에 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국정조사를 안 한다는 게 아니다. 감사원이 감사를 통해 철저히 밝혀낼 것”이라며 “그 결과를 놓고 어떤 채용 비리가 조직적, 구조적으로 일어났는지 따져보는 게 좋지 않느냐”고 했다.
반면 김성태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박원순 서울시장 한 사람을 보호하려고 고용 세습 비리로 얼룩진 대한민국을 망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공기관 고용 세습 논란의 발단이 된 서울교통공사는 서울시 산하기관이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여당과의 타협을 위해 (여당이 의혹을 제기한) 사립유치원 비리도 전면적인 국정조사를 통해 발본색원하자고 했지만 민주당은 수용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라며 “470조원이 넘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국회를 ‘패싱’해 통과시키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날 오후 한국당 소속 국회 상임위원회 위원장·간사들과 회의를 하고 국회 일정 전면 보이콧 여부를 논의했다. 함진규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회의 직후 “20일 의원총회를 열어 보이콧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김관영 원내대표도 “도대체 뭐가 무서워 채용비리 국정조사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냐”고 말했다. 그는 “여당의 입장 변화가 있기 전까진 국회 정상화가 어렵다”며 “예산안 심사에서 ‘시간은 내 편’이라 생각하는 여당의 태도를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야는 이날 정부 예산안 증감을 결정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 위원 구성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민주당은 예산소위에 비교섭단체(민주평화당과 정의당) 의원 한 명을 포함하자고 주장하고 있지만, 한국당은 이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심사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만드는 소위인데, 자신들의 우군을 위해 소위를 늘리자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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