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플랫폼 경쟁 본격화
美 청취자 5년 사이 두 배 늘어
맞춤형 콘텐츠로 라디오 위협
[ 추가영 기자 ] 미국 팟캐스트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팟캐스트 청취자가 5년 새 두 배 이상 늘면서 이들을 끌어들이려는 스포티파이, 판도라 등 음악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업체들의 플랫폼 경쟁이 본격 시작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음원 확보에 전체 수익의 4분의 3 정도를 쓰고 있는 음악 스트리밍 업체들은 팟캐스트가 새로운 수익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동영상 스트리밍 시장과 달리 음성 스트리밍 시장은 아직 유튜브와 넷플릭스 같은 절대 강자가 없는 시장이기도 하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에디슨리서치에 따르면 한 달에 1회 이상 팟캐스트를 듣는 12세 이상 미국인은 7300만 명으로 26%에 달했다. 미국인 네 명 중 한 명은 한 달에 한 번 팟캐스트를 듣는다는 얘기다. 덕분에 팟캐스트 광고도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 팟캐스트 광고액은 4억200만달러(약 4500억원) 규모로, 작년보다 8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이용자들이 더 오래, 더 다양한 팟캐스트를 듣도록 하기 위한 경쟁에 돌입했다. 앞으로 스마트폰을 넘어 인공지능(AI) 스피커, 자율주행차가 보편화될 때에 대비해 비디오·오디오 콘텐츠 소비 시장을 선점하려는 목적이 크다.
구글의 내비게이션 앱(응용프로그램)인 웨이즈는 스포티파이, 판도라, 스티처 등 음악·팟캐스트 스트리밍 앱과 스크립드 등 오디오북 앱을 탑재했다. 주파수를 맞춰야 하는 기존 라디오 방송과 달리 인터넷에 연결만 하면 끊김 없이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고,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것이 스트리밍 방식의 강점이다. 구글은 지난 6월 팟캐스트 전용 앱을 내놓기도 했다. 애플은 팟캐스트 원조답게 60만개의 팟캣스트를 보유하고 있다.
음악 스트리밍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팟캐스트를 제작하고 있다. 또 이용자 취향에 맞춰 팟캐스트를 추천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다. 15만 개의 개별 팟캐스트를 서비스하고 있는 스포티파이는 미국의 영화배우 겸 코미디언인 에이미 슈머가 운영하는 팟캐스트 등을 독점적으로 내보내고 있다. 판도라는 1500개의 태그(꼬리표)를 붙여서 팟캐스트와 개별 에피소드까지 추천하는 ‘팟캐스트 게놈 프로젝트’의 시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음악 스트리밍 기업들이 넷플릭스의 시장 확대 방식을 그대로 적용해 기존 라디오 방송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추천 알고리즘 등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코드커팅(케이블TV 해지)을 늘려왔다.
서비스 과금 방식은 넷플릭스식 월정액제와 유튜브식 광고 수입 두 가지 모두를 시험하고 있다. 스포티파이 등의 목표는 주간 집계로 수십만 명에 이르는 라디오 방송 청취자들의 콘텐츠 소비 플랫폼을 바꾸도록 하는 것이라고 WSJ는 전했다. 라디오 방송사의 연간 광고 수입은 14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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