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이 총 12억5000만 달러(약 1조4000억원) 규모의 레이저티닙 기술이전 계약을 글로벌 제약회사 얀센과 체결했을 때 회심의 미소를 지은 바이오 벤처기업이 있다. 바로 이 기술을 개발한 제노스코의 모회사인 오스코텍이다. 오스코텍과 제노스코는 2015년 7월 임상실험을 위해 레이저티닙을 유한양행에 기술이전했다. 이를 유한양행이 다시 글로벌 제약회사에 기술이전해 신약 상용화 추진에 나선 것이다. 이번 계약은 오스코텍의 기술력과 이를 알아보고 과감한 초기투자를 결정한 유한양행의 뚝심이 이뤄낸 바이오 업계의 쾌거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계약으로 반환의무가 없는 계약금 5000만 달러(560억원)가 연내 지급된다. 이 중 40%는 오스코텍과 제노스코가 가진다. 향후 개발 진행에 따른 단계별 마일스톤을 합치면 3년내 총 5600억원이 오스코텍의 몫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이뿐 아니라 레이저티닙이 시판되면 로얄티가 보장되는 20년간 발생하는 수익도 오스코텍이 가져갈 수 있다. 약 1억5000만 달러의 수익이 매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오스코텍의 재무구조가 안정화될 전망이다.
레이저티닙은 암세포 성장에 관여하는 물질인 EGFR 돌연변이인 T790M만을 골라서 공격하는 표적 항암제다. 기존 치료제의 부작용을 줄이고 약효는 높인 3세대 약물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표적 항암제는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가 현재 약 1조원 규모의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얀센은 자사가 보유한 이중항체와 레이저티닙을 결합하면 효능이 더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과감한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타그리소의 효능을 넘어선다는 게 얀센의 판단”이라며 “2년내 폐암 치료제 시장을 석권하겠다는 계산으로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1998년 김정근 단국대 교수가 창업한 오스코텍은 그동안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레이저티닙 뿐만 아니라 관절염 치료제, 백혈병 치료제, 유방암 치료제 등 차세대 신약을 지속 개발하고 있다. 오스코텍과 제노스코가 구축한 신약물질 플랫폼을 통해 표적 치료제를 발굴하는 방식이다. 오스코텍의 기술력을 높게 평가한 국내 VC들은 앞다퉈 이 회사에 자금을 지원했다. 바이오 투자의 명가인 아주IB투자가 4년에 걸쳐 55억원을 투자한게 대표적이다.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SKI-O-703와 급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인 SKI-G801는 현재 임상실험을 진행중인 대표적 신약이다. 첫번째 개발과제는 SKI-O-703로 미국에서 임상 1상을 끝냈다. 미국, 한국, 유럽 등 60개 지역에서 150여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내년초부터 임상 2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 물질은 관절염 치료 뿐 아니라 자가면역질환에도 효과가 있다. 이 또한 내년초 30여개 지역에서 환자 50명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진행한다.
SKI-G801는 급성 백혈병 치료제다. 미국에서 전임상을 완료하고 최근 임상실험을 개시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용량증대 실험을 마치고 하반기부터는 환자 20명을 대상으로 임상을 확대한다. 이 물질은 또 T세포를 활성화시켜 암세포를 공격하는 면역항암제와 함께 투여하면 효능이 큰 것으로 조사돼 조경철 연세대 교수와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김중호 오스코텍 CTO는 “새로 개발중인 신약은 내년말 임상실험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얀센의 사례처럼 글로벌 제약회사와 또 한번 ‘빅딜’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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