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첫 지역회의
이낙연 총리 등 고위인사 참석
[ 고재연 기자 ]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이 “4차 산업혁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기 위해서는 노동·교육 인프라와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 주관으로 열린 ‘보아오 아시아포럼 2018’에서다.
권 회장은 이날 연사로 나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이 연결되기 때문에 엄청난 데이터가 쌓이고, 발생하는 문제도 훨씬 복잡해진다”며 “기업과 국가가 정보와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협업을 통해 혁신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과 저성장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며 노동집약적 산업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에는 심각한 위기가 올 수도 있다”며 “이를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끊임없이 혁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과학기술 혁신과 각 분야의 융합으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4차 산업혁명이 유일한 해답”이라며 “‘멈추면 죽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혁신을 하려면 인식의 전환과 개혁을 실천하겠다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날 행사는 ‘아시아판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포럼의 지역회의로 열렸다.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보아오포럼 지역회의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른 참석자들은 아시아 국가들이 개방과 혁신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기문 보아오포럼 이사장은 개막식 연설에서 “아시아는 현재 반(反)세계화, 보호무역, 고립주의로 대표되는 글로벌 불확실성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아시아 역내 협력을 통해 세계화, 자유무역, 다자주의 가치를 고수해야 경제발전을 지속할 수 있다”고 했다.
중국 대표로 참석한 왕융 국무위원은 “일부 국가가 무역 마찰을 일으키고 있다”고 미국 정부를 겨냥했다. 그는 “세계 경제가 재편되고 있는 만큼 아시아 국가들은 협력을 강화해 외부 충격을 이겨내야 한다”고 했다.
포럼을 주관한 전경련은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 정부 고위 인사들이 행사장을 찾으면서 고무된 분위기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소원해진 정부와의 관계를 복원할 수 있을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기도 했다. 김 부총리와 조 장관이 현 정부 출범 이후 전경련 행사를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주요 그룹 총수들이 대거 불참하면서 기업들이 아직 전경련 행사에 참석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경련 회장인 허창수 GS 회장을 제외하면 주요 그룹 총수 일가는 아무도 포럼에 참석하지 않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이 이날 왕 위원과 면담하기 위해 포럼이 열린 신라호텔을 찾았지만, 포럼장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정 부회장은 면담이 끝난 뒤 “중국에서 잘하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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