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부터 도입
현재 기종보다 운항거리 길어
싱가포르·인도네시아 등 신규 노선 취항 가능성
내년 신규 항공사 진입 예고
LCC 과당 경쟁 우려도
[ 김보형 기자 ]
애경그룹 계열의 국내 1위 저비용항공사(LCC)인 제주항공이 B737 MAX-8 항공기 50대를 새로 들여온다. 국적항공사로는 대한항공이 2015년 보잉 B737 MAX-8 50대 등 총 100대 항공기 도입 계약을 체결한 이후 두 번째 규모다. 창업주 고(故) 채몽인 회장의 장남인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이 제주항공을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정부가 내년 1분기에 추가 LCC 면허를 내줄 방침이어서 ‘과당경쟁’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과도한 투자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자본금 15배 규모 투자
제주항공은 미국 보잉사와 B737 MAX-8 항공기 50대를 2022년부터 도입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20일 발표했다. 40대는 도입을 확정했고 10대(옵션)는 추후 협상을 통해 도입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금액은 4조9773억원(약 44억달러)으로 제주항공 자본금(3314억원)의 15배에 달한다. 이 회사의 올해 예상 매출(1조2000억원)의 네 배가 넘고, 모기업인 애경그룹 지난해 매출(5조7000억원)의 87%에 이른다.
제주항공은 운용 중인 B737-800NG 기종보다 운항 거리가 길면서도 연료 효율성이 높은 B737 MAX-8을 도입해 글로벌 LCC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B737 MAX-8은 최대 운항거리가 6500㎞로 B737-800NG보다 1000㎞ 이상 길다.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등 제주항공이 그동안 운항하지 못한 신규 노선에 취항할 수 있다.
제주항공은 또 B737 MAX-8의 차세대 모델로 개발 중인 737 MAX 10으로 도입 물량 중 일부를 전환할 수 있는 조항도 계약서에 포함시켰다. 737 MAX 10의 탑승인원은 230명으로 B737 MAX 8(189명)보다 20%가량 많아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운용 중인 항공기 38대 중 35대를 리스 형태로 빌려쓰고 있는 제주항공은 항공기 직접 구매를 통해 임차료 부담을 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 살 깎기식’ 경쟁 우려
제주항공의 장밋빛 전망과 달리 항공업계는 ‘제 살 깎기식’ 경쟁을 우려하고 있다. 올 들어 대한항공(13대)과 제주항공(7대), 티웨이항공(5대) 등 국내 항공사들이 신규로 들여온 항공기는 30대(예정분 포함)를 웃돈다. 미국과 유럽 등 장거리 노선에 취항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FSC)와 달리 아시아 지역만 취항하는 LCC업계는 치열한 경쟁을 펼칠 수밖에 없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제주·티웨이항공, 진에어 등 5개 상장 항공사의 지난 3분기(7~9월) 영업이익 합계는 569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721억원)보다 0.5% 줄었다. 전년보다 영업이익이 늘어난 대한항공(3928억원)을 빼면 1762억원으로 영업이익이 18.7%나 감소했다.
신규 LCC의 진입도 부담이다. 에어로K와 플라이강원, 에어프레미아, 에어필립 등 4개 업체는 지난 9일 국토교통부에 국제항공운송사업자 면허를 신청했다. 국토부는 심사를 거쳐 내년 1분기에 1~2곳의 LCC에 면허를 발급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일각에서는 인구를 감안할 때 국내 LCC가 너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보다 인구가 6배 많은 미국은 LCC가 9곳이다. 한국 인구의 두 배인 일본도 8곳의 LCC가 운항 중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런 추세라면 국내 LCC 시장이 업체 간 무한경쟁을 벌이는 ‘레드오션’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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