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에 밀려 탄력근로제 하나 못푸는 정부…위기 닥쳐야 개혁할건가"

입력 2018-11-21 17:38  

민간 싱크탱크 'FROM 100' 세미나서 경제전문가들 한목소리

이인실 차기 한국경제학회장
"경쟁력 갉아먹는 노동 시장…노동계 반발에 개혁 손도 못대"

정갑영 前 연세대 총장
"고용과 임금 부문에서도 現 정부 들어 유연성 더 후퇴"



[ 서민준 기자 ]
“경제의 기초체력인 잠재성장률이 너무 빨리 떨어지고 있습니다.” “더한 위기에 빠지지 않으려면 구조개혁이 시급한데 정부는 덧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민간 싱크탱크 FROM 100과 한국경제신문사가 21일 연 ‘한국 경제의 미래 비전’ 세미나에 모인 경제 전문가들은 구조적인 저성장에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2010년대 이후 불황형 저성장이 고착화하고 수출과 내수가 동반 부진에 빠지는 등 경고음이 커지는데 이를 타개할 전략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한국 경제가 성장률과 고용이 회복하는 세계 추세에 역행한다는 통계도 제시됐다.

“경쟁력 갉아먹는 노동시장 개혁 시급”

전문가들은 구조적인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구조개혁, 그중에서도 노동개혁이 시급하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이인실 차기 한국경제학회장(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은 “경직된 노동시장으로 고비용 저효율 구조가 한국의 경쟁력을 깎고 있다는 사실은 자명하다”며 “총체적인 노동개혁이 필요한데 정부는 노조 반발에 탄력근로제 개선마저 못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의 주된 요소는 고용, 임금, 노동시간인데 한국은 세 가지 모두 유연하지 못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탄력근로제 확대는 이 중 노동시간만이라도 유연성을 높이자는 정책이다. 정갑영 전 연세대 총장은 “고용과 임금 부분 유연성은 현 정부 들어 더 후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철성 한양대 금융경제학과 교수는 “구조개혁도 경기가 좋을 때 해야 하는데 경제 여건이 어려워지고 있어 과거 외환위기 때처럼 위기가 닥친 뒤에야 고통스럽게 개혁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가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성장 고용 심각한데 정부만 안이”

정부의 안이한 상황 인식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최근 한국 경제 흐름이 세계 추세와도 역행하는데 “정부는 위기라는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인실 교수에 따르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이명박 정부 때 연평균 3.2%에서 현 정부 들어 3.0%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은 0.7%에서 2.7%로 오른 것과 대비된다. 고용률은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호주 등 대부분 선진국보다 낮다.

정태용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경제가 구조적인 위기에 빠져드는데 정부는 절박함과 위기감이 보이지 않는다”며 “2기 경제팀의 청와대 정책실장에 경제 전문가가 아닌 사람을 임명한 것도 경제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다는 방증 아니냐”고 되물었다.

“규제개혁으로 서비스업 고용 늘려야”

서비스업 생산성 향상도 시급한 구조개혁 과제로 꼽혔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 서비스업 생산성은 OECD 26개국 가운데 25위”라며 “전체 산업 경쟁력을 깎아먹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인실 교수는 “최근 10년간 고용 변화를 보면 주로 질이 낮은 보건 서비스 등에서 많이 늘었다”며 “금융, 의료, 교육 등 생산성이 높은 직종에서 고용이 많이 이뤄지도록 규제를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조업과 연계한 활성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아이디어도 제시됐다. 이원빈 산업연구원 산업입지연구실장은 “중간 정도 생산성인 소프트웨어, 경영컨설팅 등 분야는 제조업과 연관이 깊다”며 “관련 제조업 분야 생산성을 높이면 서비스업도 활성화되는 효과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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