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서비스센터 3900명 "직접 고용"…협력사 직원을 본사 정규직으로

입력 2018-11-22 17:51  

LG전자, 서비스센터 3900명 직접 고용

"엔지니어 손끝에서 품질 나온다"
勞 요구에 '통 큰 화답'

구광모 회장도 흔쾌히 승인…내년 상반기 직접 고용 완료
협력사 경쟁력 위해 상생 강화도




[ 오상헌/고재연 기자 ]
LG전자가 전국 130여 개 서비스센터에서 일하는 협력사 직원 3900여 명을 직접 고용한다. 삼성전자가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를 통해 서비스센터 협력사 직원 8700여 명을 고용한 것과 달리 LG전자는 본사 정규직으로 뽑기로 했다.

LG전자 관계자는 22일 “서비스센터 직원의 업무만족도가 높아야 고객 만족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판단해 이들을 직접 고용하기로 했다”며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노력하는 정부 정책에 호응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서비스 협력사 대표들과 협의를 거쳐 내년 상반기에 협력사 직원을 정규직 직원으로 선발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에 이어 LG전자도 협력업체 직원을 직접 고용함에 따라 이런 움직임이 재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6월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LG그룹이 파격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고 재계는 평가했다.

LG전자는 서비스센터 협력사 직원을 직접 고용하기로 한 배경으로 오랜 기간 노조와 쌓은 ‘신뢰’를 꼽았다. 1993년 수직적 관계의 ‘노사(勞使)’가 아니라 수평적 관계의 ‘노경(勞經)’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경영진과 임직원이 서로 협력하는 문화를 조성했다. 이번 서비스센터 협력사 직원 3900여 명의 직접고용 결정에도 배상호 LG전자 노조위원장의 요청이 크게 작용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LG전자 관계자는 “배 위원장은 ‘품질은 조합원의 손끝에서 나온다’며 서비스 엔지니어들의 직접 고용을 지속적으로 요청했다”며 “조성진 부회장은 ‘현장 직원들의 서비스가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판단해 배 위원장의 요청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고객의 신뢰를 얻기 위해선 ‘판매 후 품질관리’도 중요하다는 데 경영진과 노조 모두 동의했다는 얘기다.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LG전자로부터 서비스센터 직원 직접 고용 방침을 보고받고 흔쾌히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구 회장 취임 이후 LG는 ‘일감 몰아주기’ 관련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서브원의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 사업부를 매각하는 등 정부 정책에 적극 호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LG전자는 내년 상반기 중 개별 법인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130개 서비스센터와 본사 정규직 전환 협의를 할 계획이다. 각 서비스센터에 대한 보상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서비스센터 직원에 대한 구체적인 처우도 결정되지 않았다.

LG전자 관계자는 “서비스센터 대표도 원한다면 LG전자 정직원으로 채용할 계획”이라며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서비스 업체 대표와 직원 가운데 피해를 보는 사람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LG전자는 협력사의 부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상생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부품사 수준을 끌어올려야 LG전자의 사업 경쟁력이 높아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LG전자는 협력사의 생산 라인을 자동화하고, 정보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돕는 등 회사가 가진 노하우를 적극 전수하기로 했다. 협력사에 대한 지원을 내년부터 해외 협력사로도 확대할 계획이다. 조 부회장은 “다양한 혁신 기술을 경영 전반에 접목해 LG전자와 함께 다가오는 융복합 시대를 선도해 나가자”고 협력사 대표들에게 당부했다.

오상헌/고재연 기자 ohye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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