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블록체인 프로젝트 80%는 불량, 그래도 육성한다"

입력 2018-11-22 17:55   수정 2018-11-29 15:16

합법·불법 불명확한 그레이존 많아…규제 명확해야



"시장에 문제가 있는 건 맞아요. 블록체인 사업을 하겠다며 도지사에게 면담을 요청하는 국내 프로젝트의 80%에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국내 블록체인 시장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다. 22일 박주선 바른미래당 의원이 주최한 '블록체인 민관입법협의체 1차 정기세미나'에서다. 세미나에는 서울시와 제주도, 기획재정부, 국회입법조사처 등 지자체 및 정부기관들과 블록크래프터스, 코드박스, 얍체인, 컴버랜드, 법무법인 광장 등 관련 업체들이 참여했다.

국내 블록체인 시장에 불법적 요소가 많다는 점이 지적됐다. 한영수 제주도 미래전략과장은 "가상화폐(암호화폐)를 활용한 사기 등의 범죄가 많다. 제주도가 블록체인 특구를 추진하니 업계 관계자들이 도지사를 만나겠다며 많이 찾아오는데 80% 정도는 문제 있는 기업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업계 관계자가 보는 시각도 다르지 않았다. 박수용 블록크래프터스 대표는 "250여개에 달하는 국내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만나봤는데 역시 80% 이상이 문제 있는 프로젝트였다. 시장에 문제가 있는 게 맞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비정상적 시장 환경이 조성됐지만 블록체인 산업 육성은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신기술에는 항상 부작용이 따르며 규제가 명확해지면 해결될 문제라는 시각이다.

최우영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그레이존이 너무 많은 게 가장 큰 문제"라며 "해외에서 암호화폐 공개(ICO)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정부가 법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문제가 된다. 합법과 불법의 선을 분명하게 그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홍준기 컴버랜드 코리아 대표는 "투기와 사기가 많고 현행법에 저촉되는 경우도 있지만 새롭게 등장한 기술은 늘 그런 문제를 겪어왔다"며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산업이 겪는 문제가 당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블록체인이 인터넷과 같다면서 킬러앱이나 유즈케이스는 없다는 비판을 받는다"며 "인터넷의 킬러앱인 이메일은 1975년 등장했지만 실제 보급돼 사용된 것은 1995년 이후다. 신기술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피델리티 같은 정통 금융기관들이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암호화폐가 이미 자산의 한 종류로 자리잡은 만큼 어떻게 다루고 관리할지 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서울시와 제주도는 블록체인 산업을 꾸준히 진흥하겠다는 방침이다. 고경희 서울시 정보기획담당관은 "내년 1월부터 정보기획담당관실이 스마트시티담당관실로 바뀌고 산하에 블록체인팀도 생긴다. 산업 생태계 구축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블록체인 업계 종사자 가운데 담당자를 뽑기 위해 6번이나 공고를 냈지만 지원자가 없어 뽑지 못했다"면서 "그 정도로 블록체인 인재가 부족하다. 대학들과 협력해 인재 육성부터 앞장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미나에 참석한 김명규 기재부 자금시장과장은 "정부는 올 초 홍남기 전 국무조정실장이 발표한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기술은 적극 육성하되 암호화폐 거래를 투명하게 만들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단속하고 사법처리를 하겠다는 입장인 셈이다.

그는 "금융감독원에서 11월까지 ICO 현황을 파악하기로 했는데 대외 발표 등은 정해진 바 없다"고 귀띔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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