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기아·관료들의 부패…사회주의, 이득 아닌 고통 남겨
멕시코·브라질·인도·중국 등 시장경제 도입으로 발전 이뤄
제임스 프리먼 < 월스트리트저널 칼럼니스트 >
[ 유승호 기자 ]
경제 자유를 확대해 가는 미국의 실험은 계속 진행 중이며 지금까지 결과가 좋았다. 미국인들은 경제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고 좋은 고용 환경을 누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최근 기사에도 이런 상황이 나온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월 미국 가계의 소비 지출은 증가했다. 연말 쇼핑 시즌을 앞두고 긍정적인 신호다. 상무부는 소매점과 음식점 매출이 전달 대비 0.8% 늘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이 경제 전문가 설문을 바탕으로 내놓은 추정치인 0.5%보다 높은 증가율이다.
수치가 높게 나온 특별한 요인도 있었다. 휘발유 가격이 오르면서 소비가 실제보다 더 늘어난 것처럼 보일 수도 있고 허리케인 피해가 역설적으로 내구재 매출을 끌어올린 측면도 있다. 이런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경기는 전반적으로 좋다고 할 수 있다. 의류와 스포츠용품 판매가 0.5% 늘었고 백화점 매출은 1.3% 증가했다.
글로벌 경기가 둔화하고 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무역 협상이 어떻게 끝날 것인지와 관련해 불확실성이 크지만, 미국 경제는 4분기에도 꾸준한 성적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미국의 젊은 세대가 사회주의식 중앙집권적 계획경제에 우호적인 태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줬다. 그들은 아마도 글로벌 금융위기와 이후 지속된 저성장으로 상처를 입은 세대일 것이다. 버니 샌더스 버몬트주 상원의원은 민주당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정책 전문가다. 샌더스 의원은 아마존 물류센터 근로자들의 임금이 너무 낮다고 비판해 회사가 그들의 임금을 올리도록 했다. 그는 이제 월마트에 대해서도 똑같은 일을 하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역사를 돌이켜보면 정부가 그와 같은 강제적인 방법으로 국민 생활수준을 높일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사람들은 엉터리 경제 전망을 하는 사람으로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같은 현대 경제학자들을 떠올릴 것이다. 그렇지만 크루그먼 교수의 실수는 사회주의를 발명한 사람들이 저지른 실수에 비하면 작아 보인다.
카를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의 잿더미 속에서 사회주의가 출현하는 것이 필연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자본주의가 부(富)를 지속적으로 창출하지 못할 것이라고 봤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에 대해 독특하면서도 잘못된 예측을 많이 했다. 자본의 이익률이 떨어지고 실업이 증가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그는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영속적인 경제 성장이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의 사적 유물론은 부자와 권력자가 부와 권력을 사회적 약자들과 절대 공유하지 않으며 사회적 안전망을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19세기 중반을 살았던 마르크스는 근본적으로 거대한 기술 변화와 참정권 확대, 사회복지정책 변화 등을 이해하지 못했다.
마르크스가 죽고 135년이 지난 현재 세계 최대 경제대국 미국에선 기업 이익이 급증하고 있다. 리서치회사인 CFRA는 S&P500 상장기업의 지난 3분기 이익 증가율이 28.3%로 수십 년 만에 가장 높았다고 분석했다. CFRA는 S&P500 기업의 3분기 매출은 9.3% 증가했으며 이런 추세가 4분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봤다. 지난 2분기 매출 증가율도 전년 동기 대비 10.3%로 앞선 분기보다 좋았고 대공황 이후 평균 매출 증가율 4%보다 훨씬 높았다.
마르크스가 잘못 예측한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찰스 칼로미리스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마르크스의 많은 예측이 파멸적으로 빗나갔다고 지적했다. 사회주의 이론은 자본주의의 정치적·경제적 성과에 대해서만 잘못 예측한 것이 아니다. 사회주의 정부에서 발생하는 문제 또한 예측하지 못했다.
사회주의는 이득이 아니라 고통을 남겼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특히 그랬다. 사회주의는 농업 생산력을 약화시키고 농작물의 시장 판매를 줄이는 바람에 동유럽과 중국에서 대규모 기아를 초래했다. 마거릿 대처 총리 이전의 영국에서 사회주의는 극단적이지는 않았지만 경제 성장을 방해했다.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에서 나타나듯 많은 경우 사회주의는 경제적 지배력을 국가에 집중시킴으로써 관리들의 부패를 조장했다. 스칸디나비아반도 국가들도 지난 수십 년 사이 사회주의적 정책이 경제에 부정적인 결과를 낳자 정책을 바꿨다.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마르크스가 부활하고 있지만, 부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마르크스주의가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미 알고 있다. 거의 모든 개발도상국이 사회주의를 버렸다. 오늘날 북한과 쿠바, 베네수엘라의 재앙을 모방하려는 나라는 없다. 또 많은 나라는 부자에게 높은 세금을 매기려 하지 않는다. 국가 간에 자본을 놓고 경쟁하기 때문이다. 부자들은 세금 부담이 커지면 돈을 갖고 다른 나라로 떠난다.
개발도상국의 철학적 전환은 1980년대 이후 생겨난 큰 변화다. 이런 변화는 시장경제를 통해 발전을 이룬 나라가 많아지면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멕시코 브라질 콜롬비아 칠레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등은 성장과 빈곤 완화를 위해 중앙집중 경제를 버리고 사유화와 자유무역을 택해야 할 필요성을 인식했다.
많은 개발도상국에서 사회주의는 억압적인 엘리트 계층이 권력을 유지하고 확장하는 데 활용하는 이념적 아편으로 인식되고 있다. 반면 1990년대 이후 자본주의는 수십억 명의 인구를 빈곤에서 벗어나게 해 준 힘으로 인정받고 있다. 실제로 그렇다. 위험을 무릅쓰고 한 가지 예언을 하겠다. 마르크스의 예측은 앞으로 135년 동안에도 계속 틀릴 것이다.
원제=Capitalism, Still Working
정리=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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