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진 이사장 "개량신약 개발해 빈곤국 돕는 ODA 모델 만들 것"

입력 2018-11-22 21:52   수정 2018-11-23 17:11

국내 첫 민관협력 보건의료기금 '라이트펀드' 문창진 이사장

정부·제약사·빌게이츠재단 공동 출자
'글로벌 헬스기술연구기금' 운영 맡아

"저개발국에 도움 되는 신약 개발 지원
제약사들, 新시장 진입 마중물 될 수도"



[ 이지현 기자 ] “알약 대신 물 없이 먹는 필름형 제제를 개발하는 것만으로도 물이 부족한 저개발 국가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국내 제약·의료기기 회사들이 가난한 나라의 국민을 위한 의약품, 의료기기 등을 개발하는 새로운 공적개발원조(ODA) 모델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문창진 라이트펀드 이사장(사진)은 2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개량신약 개발 기술이 뛰어난 국내 제약사들은 저개발국가를 위한 신약 개발 능력이 충분하다”며 “5년 안에 저개발국가에 필요한 신약이나 진단기기 등이 개발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라이트펀드는 보건복지부와 SK바이오사이언스 LG화학 GC녹십자 종근당 제넥신 등 5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이 투자해 조성한 글로벌헬스기술연구기금이다. 국내 첫 민관협력 보건의료펀드로 지난 7월 출범했다. 저개발국가를 위한 신약, 의료기기 등을 개발하는 연구과제를 선정해 매년 100억원씩 5년간 500억원을 지원한다. 신약 개발 등을 위한 연구개발(R&D) 지원과 ODA를 결합한 국내 첫 모델이다. 세계적으로는 일본에 이어 두 번째 시도다.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문 이사장은 식품의약품안전청장, 복지부 차관 등을 지냈다. 그는 “신약 R&D를 지원하는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과는 역할이 다르다”며 “라이트펀드는 저개발국가에 도움이 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매년 11월25일은 한국이 ODA를 받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바뀐 것을 기념하는 개발원조의 날이다. 한국의 ODA 사업 규모는 점차 커지고 있지만 보건의료 비중은 10%에 불과하다. 문 이사장은 “이 분야에서 국내 기업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감염병 진단을 위해 실험실에서 세균을 배양하던 것을 간이 장비로 바꾸면 현장에서 빨리 확인할 수 있다”며 “한주먹씩 먹어야 하는 결핵 약 숫자를 줄이는 등 의약품 용법, 용량을 바꾸거나 먹기 편하게 하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문 이사장은 “저개발국가를 위한 신약개발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단기적 이익을 보지 못하더라도 글로벌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ODA 입찰 참여가 늘어나는 등 시장이 커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일본은 2013년 글로벌헬스기술진흥기금(GHIT)을 조성했다. 5년간 3000억원가량을 집행한다. 74개 업체가 투자 파트너십을 맺었다. 원격의료 프로그램 등을 개발하기 위해 정보기술(IT) 회사도 참여했다. 한국은 걸음마 단계다. 지난달 기업들의 지원을 받았고 내년 4월 첫 지원을 시작한다. 문 이사장은 “연구과제 심사에 참여하는 전문가 8명 중 6명이 외국인으로,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과 함께 국제 기준에 맞춰 심사한다”며 “국내 기업들이 심사를 치르는 것만으로도 국제 입찰 시장을 간접 경험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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