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는 근로자의 채용, 업무부여, 부서이동, 인사고과, 승진, 휴직, 해고 등 기업에 있어서 근로자의 지위나 처우를 결정할 수 있는데 이를 인사권이라 한다.
사용자는 인사권에 의해 근로자를 동일한 기업 내에서 사업 목적에 적합하게 사용하기 위하여 근로자의 직무내용이나 근무지를 상당한 기간에 걸쳐 변경하는 인사처분, 즉 배치전환을 할 수 있는데, 위와 같은 배치전환은 직무내용이 변경되는 전직(轉職)과 근무장소가 변경되는 전근(轉勤) 등으로 세분된다.
◆ 사용자의 근로자에 대한 배치전환에 한계가 있는가?
판례는 근로자에 대한 배치전환이 회사의 전적인 재량에 맡겨져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근로자에 대한 전직이나 전보처분은 근로자가 제공하여야 할 근로의 종류·내용·장소 등에 변경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처분이 될 수도 있으나,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는 상당한 재량을 인정하여야 하고, 그것이 근로자에 대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휴직·정직·감봉 기타 징벌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구 근로기준법(2007. 4. 11. 법률 제837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0조 제1항에 위배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라고는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도 그 한계에 관하여 “전직처분 등이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지의 여부는 당해 전직처분 등의 업무상의 필요성과 전직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을 비교·교량하고, 근로자가 속하는 노동조합(노동조합이 없으면 근로자 본인)과의 협의 등 그 전직처분을 하는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7두20157 판결 등).
즉, 사용자의 인사권 행사는 한정된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기업의 역량을 극대화하는데 있지만, 이로 인해 근로자로 하여금 수인할 수 없는 생활상의 불이익을 받도록 해서는 아니 되므로, 전직 등의 배치전환이 근로기준법 위반이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인사명령의 업무상 필요성과 인사명령에 따른 그 근로자의 생활상 불이익을 비교·교량하고, 인사명령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된다.
◆ 판례에 따른 구체적 기준
업무상 필요성은 인재의 적정 배치, 업무 운영의 활성화, 업무의 능률 증진, 기술 혁신이나 기업 재편에 따른 인력 조정, 직장 질서의 유지·회복과 근로자 사이의 인화 등의 다양한 이유에서 찾을 수 있는데, 판례도 “사용자가 전직처분 등을 함에 있어서 요구되는 업무상의 필요란 인원 배치를 변경할 필요성이 있고 그 변경에 어떠한 근로자를 포함시키는 것이 적절할 것인가 하는 인원선택의 합리성을 의미하는데, 여기에는 업무 능률의 증진, 직장 질서의 유지나 회복, 근로자 간의 인화 등의 사정도 포함된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0다52041 판결).
생활상의 불이익이란 단순히 경제적 불이익에 한정되지 않고, 정신적·육체적·사회적 불이익, 나아가 조합활동상의 불이익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으로서, 판례는 “통상 근로자가 감수할 수 있는 정도를 현저히 초과하였는지”를 기준으로 삼고 있는데, 사용자가 전직 내지 전보처분의 대상자에게 불이익 제거 또는 불이익 완화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였는지 여부 등이 중요하게 고려된다.
성실한 협의절차 내지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는 사용자의 일방적인 전직 내지 전보처분을 제한하기 위한 절차적 정당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그 내용으로는 전직 내지 전보의 필요성에 대한 설명, 고려기간 부여, 대상자에 대한 배려 등 사용자가 근로자의 동의를 얻기 위한 노력의 정도 등을 포괄한다.
그러나 전직 내지 전보 처분 등을 함에 있어 근로자 본인과 성실한 협의절차를 거쳤는지의 여부는 정당한 인사권의 행사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하나의 요소라고 할 수 있으나, 그와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전직 내지 전보 처분 등이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당연히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7. 3. 12. 선고 2007두22306 판결 등).
◆ 배치전환 시 유의사항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인사권을 행사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여야 할 점은 업무상의 필요성이 있는지 여부인데, 이는 기업의 합리적 조직구성 및 운영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 다음으로는 인사의 대상이 되는 근로자를 선택함에 있어서 합리성의 인정 여부인데, 이는 다른 근로자로의 대체 가능성을 중심으로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한편, 절차적인 정당성을 위해서는, 대상자의 생활상 불이익을 해소하기 위해 개인적 사정을 충분히 고려해야만 하며, 사용자는 해당 근로자에 대한 충실한 설명 절차를 통해 대상자로 하여금 이를 받아들일 수 있게 하거나 대상자의 요구가 반영될 수 있도록 기회의 장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문기주 법무법인(유한) 바른 변호사(사법연수원 35기)
△ 고려대 법학과 △고려대 대학원(민법전공) △일본 교토대 법학연구과 외국인공동연구자 △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연구원 연구위원 △ 서울변호사회 국제위원회 일본소위 위원 △ 근로복지공단 고문변호사 △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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