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의학 용어…외우고 또 외워
“수술하는 한 장면을 찍기 위해 7~8시간을 서 있었어요. 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으니 나중엔 마치 진짜 수술을 집도한 듯 힘들어서 온몸이 아프더군요. 드라마를 통해 경험해보니 의사라는 직업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습니다. 생명에 대한 책임감과 사명감이 부담스러울 텐데 그걸 헤쳐나가는 건 보통 정신력으로는 못할 것 같아요.”
배우 서지혜(사진)는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흉부외과’ 촬영 현장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극 중 서지혜가 맡은 역은 태산대병원 흉부외과 조교수 윤수연. 데뷔 초 의사 역을 맡은 적은 있지만 수술을 하고 사람을 살리는 등 제대로 연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수술 장면은 매번 리허설만 2시간씩 했어요. 다른 장면은 대개 30분에서 1시간이면 되거든요. 진이 다 빠질 정도였죠. 치료를 하거나 도구를 다루는 모습이 능숙해 보이도록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습니다. 꿰매고 묶는 것도 쉽지 않더라고요. 실제 수술 동영상도 보면서 공부했는데 처음에는 징그럽기도 했죠. 의학 용어가 자연스럽게 나오도록 외우고 또 외웠습니다.”
극 중 수연은 흉부외과 의사로서 자부심이 대단한 인물이다. 환자를 살리려는 의지는 강하지만 환자의 마음까지 보듬어주는 다정함은 부족하다. 회를 거듭하며 머리만큼 가슴도 뜨거워지는 의사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서지혜는 입체적이고 생생하게 표현해냈다. ‘열정 의사’ 수연은 병원 밖으로 나가는 장면도 거의 없다. 서지혜는 “멜로가 없어 처음에는 아쉽기도 했지만 오히려 시청자들이 그런 부분을 좋아해줬다”고 말했다.
“드라마 ‘흑기사’를 찍을 땐 의상이 100벌도 넘었던 것 같아요. 이번에는 촬영하는 3개월 내내 수술복에 고무신만 신고 다니는 ‘단벌 숙녀’였죠. 모자에 마스크까지 쓰고 종일 수술하는 장면을 촬영하는 날엔 머리를 안 감고 간 적도 있다니까요. 극 중에서 집도 없습니다. 수연이 집에 가는 장면이 없거든요. 호호.”
서지혜는 올해 초 KBS2에서 방영한 ‘흑기사’에서 늙지도 죽지도 않는 샤론 역으로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 이번 ‘흉부외과’를 통해서는 남다른 캐릭터 소화력을 입증하며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위에서 그렇게들 말씀하시니 감사하지만 인생 캐릭터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두고 연기하진 않아요. ‘이번 캐릭터가 나의 인생 캐릭터’라고 단정하면 다음 작품이 부담스러울 것 같거든요. 아직 연기할 날이 많으니 작품마다 인생 캐릭터를 만나고 싶습니다.”
김지원 한경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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