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드리운 어두컴컴한 빛

입력 2018-11-25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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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연의 글로벌 브리핑 (9)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어느 정도 해소 국면에 접어든 것 같다. 정상회담이 남아있기 때문에 뚜껑은 열어봐야겠지만 적어도 몇 주 전의 으르렁거림과는 다르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해소 국면이라 하더라도 이미 벌어진 분쟁의 여파는 곧 세계 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할 것이다. 그럼 피해를 많이 받는 쪽은 미국일까, 혹은 중국일까.

필자는 유럽이 더 걱정이다. 중간재를 판매하는 역할을 더 많이 하는 유럽 국가들이 받는 피해가 점점 유로존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깎아먹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전망치를 낮췄고, 여러 증권사들이 앞다퉈 기존 예상치를 하향 조정하는 중이다. 이탈리아 예산안 문제라는 리스크도 있다. 적자 예산안을 고쳐 오라는 유럽연합(EU) 요구에 맞서 이탈리아는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이렇게 버티고 있는데도 독일과 이탈리아의 금리 차이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이탈리아가 EU에서 탈퇴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기 때문에 큰 혼란은 없지만, ‘유럽의 어머니’와 같은 역할을 하던 메르켈 독일 총리가 당대표 사임을 발표한 이상 미래는 장담하기 어렵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는 올해 말에 자산매입 중단과 함께 본격화될 것이고, 내년 여름이 지날 즈음이면 금리 인상마저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마침 내년 10월엔 ECB 총재가 교체될 예정이다. 드라기 총재 후임으로 분데스방크의 옌스 바이트만 총재 같은 매파적인 인물이 새로 온다면 이탈리아뿐 아니라 스페인의 금융권도 큰 혼란에 빠질지 모른다.

결론은 내년 10월 바이트만 총재와 같은 매파적인 인물이 다음 ECB 총재가 되기도 어려울 것이고 ECB가 내년에 금리 인상에 나서는 등 긴축 스탠스를 취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탈리아, 스페인 은행들이 2019년 하반기부터 약 2년간 상환해야 하는 돈만 4000억유로 정도인데, 긴축이 시작되면 불 보듯 뻔한 혼란이 야기될 것이다. 미·중 무역분쟁의 피해도 곧 표면에 드러나게 될 것인데, 유럽에 투자가 줄어드는 것을 바라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ECB의 스탠스가 곧 완화적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하며, 이 어두컴컴한 스토리가 시장에 긍정적인 흐름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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