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정현 기자 ]
“한국 젊은이들이 마주한 현실이 혹독해서 책의 내용을 더 절실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았던 것일까요. 한국 독자들은 책에 적혀 있는 내용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데 훨씬 더 적극적인 느낌입니다.”
《미움받을 용기》의 작가로 잘 알려진 일본인 철학자 기시미 이치로(62·사진)는 최근 서면을 통한 인터뷰에서 그의 책이 일본보다 한국에서 더 인기 있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2014년 한국에서 출간한 《미움받을 용기》는 150만 부가 팔려나갔다. 이후 《행복해질 용기》 《나를 사랑할 용기》 등을 냈고 올해는 《마흔에게》(다산초당)로 한국 독자를 다시 찾았다. 지난달 선보인 《마흔에게》도 출간한 지 두 달이 채 안돼 2만 부가 판매됐다. 그는 “아무도 모르는 새로운 내용이었다면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다들 한 번쯤 생각했던 것들을 글로 풀어냈기에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미움받을 용기》에서 “문제는 능력이 아니라 용기”라며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위한 방법을 아들러의 심리학에서 찾았다면 《마흔에게》는 그러한 삶의 과정 중에서도 ‘나이듦’에 대해 초점을 맞췄다. 그는 10여 년 전 심근경색으로 쓰러졌고 ‘열 명 중 두 명은 죽게 된다’는 수술 이후 재활에 몰두했다. 그는 대수술 이후 가장 큰 변화에 대해 “내 자신의 가치는 살아 있는 것에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게 됐다”며 “마음에 조금이나마 남아 있던 ‘인생에서 성공하고 싶다’는 야망은 완전히 없어졌다”고 말했다. 성공에 대한 야망의 자리엔 배움에 대한 욕구가 찼다. 그는 쉰아홉에 그리스어 번역 작업을 마무리했고 예순에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강연 등의 일정으로 외출하는 날 이외에는 깨어 있는 동안 계속해서 글을 쓰고 있다”고도 했다.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그것을 해나가는 것은 자유롭게 살 수 있는 힘이 된다. 책에서 그는 “필요한 것은 특별한 재능과 적성이 아니라 약간의 도전 정신”이라며 “순수하게 배우는 기쁨은 나이 든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특권”이라고 역설한다. 계절이 봄에서 여름, 가을과 겨울로 바뀌듯 노화는 퇴화가 아니라 변화라는 것이다.
갈수록 심해지는 세대 간 갈등에 대해 그는 “젊은이들은 본인도 결국 나이를 먹게 된다는 것을 지금부터 알아가야 하고 부모 세대는 나이가 든다고 해서 본인의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했으면 좋겠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젊은 세대가 지혜를 배울 수 있고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들러 심리학의 대가’로 불리는 그답게 심리학을 어렵게 여기는 독자들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자기 자신의 내면이나 대인관계에 관심을 갖다 보면 자연히 심리학과 철학을 접하게 됩니다. 이론부터 파고들기보다 자신을 돌아보고 이론을 적용해 가면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