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서 핫한 GBI…로봇이 투자목적 따라 '자산 맞춤배분'

입력 2018-11-25 18:11  

중산층 재테크 리포트

GBI 로보어드바이저는

자문서비스 수수료의 4분의 1
국내선 '족집게 종목추천' 오해



[ 마지혜 기자 ] 선진국 중산층은 돈을 굴릴 때 ‘포트폴리오 투자’를 원칙으로 한다. 요즘엔 자금에 ‘꼬리표’를 붙여 운용하는 ‘목적기반투자(GBI: goal based investing)’가 인기다. ‘은퇴자금’ ‘자동차 구입비’ ‘자녀 교육비’ ‘사고나 질병에 대비한 비상자금’ 등으로 나눠 각각의 포트폴리오를 짜는 식이다. ‘20년 뒤 은퇴할 때 노후생활비 7억원을 보유하겠다’와 같이 투자 목적과 실현 시기 등을 구체화한다. 인공지능(AI) 기반의 로보어드바이저가 이 같은 정보를 토대로 저렴한 수수료에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마련해준다. 반면 한국 중산층에 GBI는 아직 낯선 개념이다. 국내에선 본격적인 GBI를 해줄 정도로 로보어드바이저 수준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투자자들도 로보어드바이저를 ‘단타(단기투자) 수단’ 또는 ‘급등 예상 종목 족집게’ 정도로 잘못 이해하고 있다.


GBI의 시작은 투자 목적과 목표 자금, 투자 기간을 정하는 일이다. 가령 운용자산이 18만달러(약 2억원)라면 ‘은퇴자금’(11만달러) ‘자녀 학자금’(5만달러) ‘긴급자금’(2만달러)으로 쪼갠다. 각각의 포트폴리오는 목표 시점까지 남은 기간이 길수록, 투자금과 목표 자금 수준의 차이가 클수록 위험자산 투자 비중이 높다. 은퇴자금(11만달러)은 주식과 채권에 65 대 35 비율로, 5년 뒤 필요한 자녀 학자금(5만달러)은 55 대 45로 투자한다. 언제 필요할지 모르는 긴급자금(2만달러)은 40 대 60으로, 더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식이다. 정해진 주식·채권 한도 내에서 개별 종목이 아니라 특정 시장이나 자산군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로 구체적인 포트폴리오를 짠다.

문경석 삼성자산운용 패시브운용본부 상무는 “GBI는 제약조건을 설정하고 목적함수를 푸는 것과 같다”며 “가령 ‘최악의 상황에서도 손실을 5% 이내로 관리한다’와 같은 제약조건을 정하고 투자 목표 달성 확률을 극대화하는 포트폴리오를 찾아나간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대표적 GBI 로보어드바이저 업체 베터먼트에 따르면 이 회사가 권장한 포트폴리오(주식 70%, 채권 30% 기준)대로 2004년부터 투자했다고 가정할 경우 연평균 수익률은 6.9%다.

미국 GBI 로보어드바이저 시장 1, 2위인 베터먼트와 웰스프런트는 일반 자문·일임 서비스 수수료의 4분의 1 수준인 연 0.25% 수수료에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제공한다. 두 회사의 관리자산은 지난 6월 말 기준 각각 135억달러(약 15조3000억원), 102억달러(약 11조5000억원)에 달한다.

국내에선 일부 은행과 증권사가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표방하며 로보어드바이저를 내놨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다. 투자자의 위험 성향을 공격적·중립적·보수적 등으로 구분한 뒤 각 성향에 맞는 펀드 5~6개를 조합한 포트폴리오를 내놓는 수준이다. 김우창 KAIST 산업·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국내에는 GBI를 구현할 로보어드바이저가 아직 없지만 미국에선 10년 전부터 상용화됐다”며 “GBI 기술이 담긴 로보어드바이저가 국내에서도 탄생하면 중산층 자산관리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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