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 쓰레기 처리 고민서 시작
물고기와 식물 '공생 생태계' 구축
수조 위에서 토양 없이 작물 재배
물고기 배설물은 작물 비료로 써
설비 테스트…연말까지 상용화
농업 관련 기업 등서 매입 문의
토지 부족한 市에서 큰 관심
흙없는 스마트 생육설비 등
선전의 제조업 생태계도 한 몫
옥상·실내서도 작물 재배 가능
도심 시범농장 등 적극 지원
[ 노경목 기자 ]
‘어채(漁菜) 공생.’
말 그대로 물고기와 작물이 함께 자란다는 뜻이다. 언뜻 논에 미꾸라지를 풀어 키우는 장면이 연상된다. 중국 선전의 농업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푸리전은 설비를 통해 이 같은 생태계를 구현했다. 아래에는 물고기를 키우는 수조를 놓고 위에는 토양 없이 작물을 키울 수 있는 판을 올린다. 작물에 공급된 물은 판을 통과하며 물고기가 살기에 알맞은 물로 바뀌어 수조 물을 갈아줄 필요가 없다. 바닥에 쌓인 물고기 배설물은 위층 작물의 비료로 공급돼 추가로 비료를 주지 않아도 된다. 농가로서는 일거양득인 셈이다. 회사 담당자는 “시제품을 테스트하는 단계로 연말까지 상용화를 완료할 예정”이라며 “벌써 관련 설비 매입 의사를 전해온 대규모 농가와 농업 관련 기업이 있다”고 설명했다.
푸리전은 2015년 농업 관련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세워진 업체다. 모회사가 쓰레기 처리업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원샤오밍 사장은 2008년 “환경보호 및 재활용과 관련된 사업이 주목받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쓰레기 처리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선전에서 가장 소득이 높은 난산구의 3개 쓰레기 처리 업체 중 하나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었지만 새로운 사업에 대한 갈증을 느꼈다. 그는 “쓰레기를 수거하면서 음식물 등 유기물을 처리하는 방법을 고민했다”며 “이를 비료나 물고기 사료로 만드는 기술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푸리전은 각 대학과 연구소에서 개발했거나 실험했지만 상용화되지 않은 기술을 발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중국과학원, 중국열대농업과학원, 홍콩시티대, 화난농업대 등이 협력 상대다. 연구원 8명은 상용화 과제가 주어질 때마다 대학 및 연구원 관계자들과 팀을 이뤄 기술 개발을 한다. 흙 없이 영양액과 LED(발광다이오드) 등의 설비로 작물을 키우는 생육 설비도 이 같은 협업의 결과다. 상용화 과정에서 푸리전 역시 10개의 특허를 획득했다.
선전의 제조업 생태계 덕분에 제품을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었다. 선전이 속한 광둥성 일대가 경제 수준이 높고, 식문화가 발달한 지역이라는 점도 좋은 조건이다. 비싼 가격의 식재료를 재배하는 농가들은 품질을 올리기 위한 설비 투자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흙 없는 스마트 생육설비는 이미 하이난성의 참외농장에 공급되고 있다. 여기서 재배되는 참외는 개당 200위안(약 3만3000원) 안팎에 판매되고 있다. 푸리전은 생육설비와 함께 환경을 점검하고 제어할 수 있는 사물인터넷(IoT) 시스템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어우양징 부사장은 “농업용 IoT 설비는 센서 등 기기들이 야외에 노출돼 있다는 점에서 일반 IoT 제품에 비해 강한 내구성이 요구된다”며 “이산화황 등 식물생장에 장애가 되는 성분을 탐지해 경보를 울리는 감응장치 등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선전시도 농업 스타트업에 큰 관심을 쏟고 있다. 선전 일대 도시화가 가속화되면서 작물을 재배할 토지가 줄어들고 있어서다. 푸리전의 재배 설비를 이용하면 건물 옥상과 실내에서도 작물을 키울 수 있어 이 같은 걱정을 덜 수 있다. 푸리전이 땅값이 높은 시내 중심가에서 가까운 곳에 시범 농장을 짓고 설비를 실험할 수 있는 것도 선전시의 지원 덕분이다.
원 사장은 중국에서 성과를 쌓은 뒤 해외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자신이 먹는 채소를 직접 재배하고 싶은 욕구는 누구나 느끼는 것”이라며 “인구에 비해 농업용지가 부족해 주요 작물을 수입하는 한국에서도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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