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자 대부분 정부 특위 소속…'공익법인 의결권 5%로 제한'
기존 정부안보다 더 강도 높은 민병두 의원 규제안에 힘 실려
"급진적 규제로 기업 활동 위축" 재계 목소리 묻혀…'개악' 우려
[ 이태훈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38년 만의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안을 확정해 다음달 국회에 제출할 예정인 가운데 26일 국회에서 공정거래법 개편 방향을 놓고 공개 토론회가 열렸다. 주최자는 국회 정무위원장을 맡고 있는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민 의원은 지난 19일 공정위 개편안보다 훨씬 강한 안을 대표 발의했다. △신규 순환출자도 규제 대상에 포함 △대기업집단의 공익법인 의결권 5%로 제한 등이 담겼다.
이날 토론회에선 정부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으로는 ‘재벌개혁’을 이루기 어렵다는 일방적인 주장이 쏟아졌다. 민 의원의 개정안이 정부안보다 효율적이라는 지지발언도 이어졌다. 공정거래법 개편안의 부작용 우려는 다수의 목소리에 묻혔다. 경제단체의 한 참석자는 “공정위 개편안을 두고 재계 우려가 큰데 이것도 부족하다는 토론회 분위기를 감안하면 국회 논의 과정에서 더 개악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특위안 되살린 ‘민병두안’
이날 토론회 참석자의 상당수는 정부가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운영한 ‘공정거래법 전면개편특별위원회’ 위원이었다. 발제자로 나선 서정 법무법인 한누리 변호사는 특위의 기업집단분과위원이었고, 지정토론자인 황태희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 신영수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도 특위 위원이었다.
서 변호사는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과 관련한 정부안은 2024년까지 경과규정을 뒀는데 법적 안정성 등을 고려해도 민 의원안처럼 2년이면 적당하다”고 말했다. 특위는 공익법인의 의결권 한도를 5%로 하자고 제안했지만 정부안은 이를 15%로 늘렸다. 하지만 민 의원안은 특위안대로 의결권 한도를 5%로 낮췄고, 단계적으로 줄이는 기간 없이 2년 뒤부터 바로 시행하도록 했다.
서 변호사는 “기존 순환출자와 신규 순환출자를 동일하게 규제하는 민 의원안이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특위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자산 10조원)의 기존 순환출자뿐 아니라 신규출자 의결권도 제한해야 한다고 권고했지만 공정위는 실효성이 낮다며 받아들이지 않았고 민 의원안에 다시 포함됐다. 특위안은 재계에서 “너무 급진적이어서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지 모른다”는 지적이 나왔던 것이 대부분이다.
“고소 고발 남용 우려”
이날 토론회에선 정부안과 민 의원안 모두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 설립을 허용하는 내용이 빠진 것도 지적됐다. CVC란 대기업이 자회사 형태로 설립한 벤처기업 투자전문회사로 미국 등에서 활성화됐지만 한국에서는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겸영 금지) 원칙 때문에 허용하지 않고 있다. 신영수 교수는 “중소기업 보호, 벤처 활성화의 가치가 금산분리 원칙보다 후순위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며 “금산분리 원칙을 최우선하는 구도가 타당한지 의문”이라고 했다.
전속고발권(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기소할 수 있는 제도) 폐지에 관한 우려도 있었다. 서정헌 중소기업중앙회 상생협력부장은 “공정위와 검찰의 이중수사, 고소 고발 남용 등으로 중소·중견기업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안과 민 의원안에는 중대한 담합행위(경성담합)는 공정위 고발 없이도 검찰이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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