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의 시가총액이 26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장중 한때 8129억달러를 기록해 애플(8126억달러)을 제쳤다. 라이벌 기업인 애플에 따라잡힌 지 8년 만의 역전이다.
이날 애플은 전 거래일 대비 1.35% 오른 174.62달러로 장을 마쳐 시가총액 1위(8286억달러)를 재탈환했다. 하지만 MS가 다시 추월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서 만든 아이폰과 노트북에 10%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애플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2% 급락했다. 신형 아이폰 판매 부진에 미·중 무역전쟁 여파까지 겹치면서 애플 주가는 지난 10월 초 고점 대비 약 25% 떨어졌다.
반면 MS는 클라우드 사업 성장으로 올해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과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 시총을 차례로 뛰어넘었다. 블룸버그통신은 “MS는 토끼들과 경주하는 거북이”라며 “경기 결과는 모두가 알고 있다”고 보도했다. MS는 이날 시총 8172억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1970년대 중반 설립된 MS(1975년)와 애플(1976년)은 실리콘밸리 최대 라이벌 기업이다. 빌 게이츠가 세운 MS가 도스, 윈도로 컴퓨터 운영체제(OS) 시장을 장악하며 순탄하게 성장을 거듭한 반면 스티브 잡스의 애플 컴퓨터는 굴곡이 많았다. 1990년대 부도 위기까지 내몰렸던 애플은 아이폰과 함께 화려하게 부활해 2010년 5월26일 처음으로 MS 시총을 넘어섰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한 시대가 끝나고 새로운 시대가 시작됐다”며 “가장 중요한 정보기술(IT) 기기는 이제 더 이상 책상 위에 있지 않고, 손안에 있다”고 평가했다. 애플은 지난 8월 미국 기업 사상 최초로 1조달러 시총을 달성했다.
스마트폰 경쟁에선 애플이 확실히 MS를 앞섰지만 사업 다각화 측면에선 MS가 승기를 잡고 있다고 IT 전문매체 더버지는 분석했다. 투자자들은 애플 매출에서 아이폰이 차지하는 비중이 60%로 여전히 너무 크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애플이 판매 부진 때문에 신형 아이폰XS, 아이폰XS맥스, 아이폰XR의 주문량을 줄였다고 알려지면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MS는 2014년 2월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 취임 후 클라우드에 집중해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는 평가다. 윈도, 엑스박스, 서페이스 등 기존 사업 부문이 MS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6%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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