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 "검찰, 기업에 면죄부"…SK케미칼·애경산업 재고발

입력 2018-11-27 16:42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27일 살균제를 개발·유통한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과 애경산업을 검찰에 재고발했다.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는 이날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열고 PHMG·PGH 원료를 쓴 옥시 등의 기업에 대한 수사와 처벌이 이뤄졌지만 CMIT·MIT 원료를 쓴 SK와 애경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가습기 살균제 사건 수사를 촉구하는 고발장을 다시 제출했다.

고발대상에는 최창원·김철 SK디스커버리 대표와 안용찬 애경산업 전 대표를 비롯해 SK디스커버리와 애경산업의 전·현직 대표이사 14명이 포함됐다.

SK케미칼이 인체에 유독한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 및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을 개발했고, 애경산업은 이를 원료로 '가습기메이트'라는 제품을 제조, 판매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2016년에도 이들 기업에 대해 업무상 과실 및 중과실 치사상 혐의가 있다며 고발한 바 있다.

애경 '가습기메이트'를 사용하고 두 살 된 딸을 잃은 피해자 이재용씨는 "10년의 세월이 지나 딱지가 앉고 굳은 살이 배겨 더 이상 눈물이 나오지 않을 줄 알았지만 아이 이름을 말할 때마다 쏟아지는 눈물을 막을 수 없다"며 "기업에 사회적인 책임을 촉구하며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이런 슬픔과 고통을 입히지 않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딸이 폐 섬유화·천식 환자인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손수연 씨는 "가해 기업이 배상은커녕 사과도 하지 않고 있다"며 "빠른 검찰 수사로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촉구했다.

가습기살균제참사네트워크는 "2016년 SK케미칼과 애경산업 고발 이후 검찰이 전혀 움직이지 않았고, 이는 기업에 면죄부가 되고 말았다"며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는 CMIT·MIT 제품의 인체 유해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핑계를 내놓았다"고 비판했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환경부에 관련 자료를 검찰에 제출할 것을 촉구했고 환경부는 지난 주 자료를 제출했다고 답했다"며 "검찰은 더 이상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일을 중단해선 안된다. 즉각 수사를 재개하고 가해 기업을 수사해 기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문제의 제품으로 판매된 지 10년이 지나 사망자가 속출하고서야 제품에 대한 수거 명령이 내려진 최악의 유해물질 피해 사례로 꼽히는 사건이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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