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친환경차 바람…한온시스템, 헝가리·슬로바키아 공장 증설 한창

입력 2018-11-27 17:03  

오토 트렌드

車부품사 한온시스템 유럽 공장 르포

히트펌프 밸브·전동 컴프레서 등
전기차 전용 부품 수주량 급증

기존 설비론 주문 감당 못해
공장 규모 계속 늘려야 할 상황



[ 도병욱 기자 ] 지난 15일 찾은 헝가리 중서부 세케슈페헤르바르현에 위치한 한온시스템 알바 공장은 공사가 한창이었다. 기존 공장(4만㎡)의 25% 규모의 공장을 하나 더 짓고 있었다. 전기자동차 전용 부품인 히트펌프 밸브 수주가 늘어난 결과다. 기존 설비로는 수주량을 감당할 수 없어 공장 규모를 키우고 있다고 회사 관계자가 설명했다. 한온시스템은 한국에 뿌리를 둔 글로벌 자동차 부품회사다.

전기차 내 찬 바람과 더운 바람을 조절하는 부품인 히트펌프 밸브가 알바 공장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밖에 안 된다. 그런데도 이 공장의 고위 임원들은 히트펌프 밸브 라인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2014년 첫 생산을 시작한 이후 매출 규모가 해마다 뛰어오르고 있어서다. 히트펌프 밸브 라인이 공장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한온시스템 알바 공장은 최근 히트펌프 밸브 자동화 라인도 구축했다. 자동화 라인은 기존 라인에 비해 50% 이상의 자동화를 실현해 관리하고 있었다.

이 공장을 총괄하는 졸트 카리코 법인장은 “엔진에서 발생하는 열로 차량 내부를 따뜻한 공기를 보내는 내연기관 차와 달리 전기차는 엔진이 없기 때문에 차량 내 공기 온도를 조절하는 전용 밸브가 필요하다”며 “최근 전기차 수요가 늘면서 자연스럽게 히트펌프 밸브 수주량도 크게 늘어 공장을 계속 늘려야 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유럽에 있는 다른 한온시스템 공장에서도 비슷한 풍경이 펼쳐졌다. 포르투갈 파멜라 공장은 아예 전기차 전용 부품(전동 컴프레서)만을 만드는 공장을 하나 더 짓고 있다. 전동 컴프레서 생산량을 현재 연 30만 대 수준에서 2022년 이후 최대 연 160만 대 수준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다. 전동 컴프레서 수주량은 2016년 11만 대에서 지난해 24만 대로 늘었다. 2020년이 되면 60만 대가 넘을 거라고 회사 관계자는 전망했다.

슬로바키아 일라바 공장은 주변 빈 공장을 수배하고 있다. 배터리 쿨러를 위한 라인을 새로 만들기 위해서다. 배터리 쿨러 역시 전기차 전용 부품이다. 이 공장의 박강태 법인장은 “유럽에서 전기차의 인기가 높아지는 걸 몸으로 체감하고 있다”며 “늘어나는 전기차 부품 수요를 맞추기 위해 제2공장을 지을 부지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배터리 쿨러 매출은 매년 20% 이상씩 증가하고 있다.

체코 훌룩 공장에서도 친환경차에만 들어가는 열 배기 관련 부품 비중을 늘리고 있다.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2016년 80만 대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160만 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2025년이 되면 1000만 대 넘게 팔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온시스템이 지난 9월 세계 3위 부품사 마그나의 유압제어 부문을 인수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전기차 부품 라인업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마그나의 유압제어 부문은 친환경차에 필요한 전동 냉각시 펌프와 전동 쿨링팬 등을 생산하고 있다. 성민석 한온시스템 부사장은 “이번 인수로 전기차 등 친환경차에 들어가는 열 관리 부품 라인업을 대부분 갖추게 됐다”며 “미래 기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2020년까지 친환경차 부품에 특화된 기업으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말했다.

알바(헝가리)·일라바(슬로바키아)=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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