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기술력·진입장벽에 주목
셀트리온이 '방치한' 디비아이
지분 100% 150억에 사들여
원가절감·R&D 투자 강화
GM과 1300억 장기 수주 계약
2년 만에 210억원에 팔아
[ 이동훈 기자 ] ▶마켓인사이트11월27일 오후 2시48분
사모펀드(PEF) 코스톤아시아의 조학주, 최선호 공동대표는 2011년 초 셀트리온을 찾아갔다. 셀트리온이 갖고 있던 자동차 안전벨트 제조업체 디비아이(현 우신세이프티시스템)를 매각하라고 설득하기 위해서였다. 코스톤아시아는 미래에셋 출신인 조 대표와 맥쿼리증권 출신인 최 대표가 미국 코스톤캐피탈과 2011년 공동 설립한 PEF로 운용자산(AUM)은 약 6000억원에 달한다.
대우자동차 출신인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2007년 디비아이를 인수해 자동차 부품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하지만 바이오 사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디비아이는 사실상 방치돼 있었다. 셀트리온엔 비핵심 자산이었지만 코스톤아시아는 디비아이의 높은 기술력과 30년 넘는 업력에 주목했다. 코스톤아시아는 그해 6월 150억원에 디비아이 지분 100%를 사들였다.
비용 절감과 해외 수주로 ‘점프’
코스톤아시아가 디비아이를 인수한 뒤 가장 먼저 한 일은 조직 재정비였다. 오랜 기간 방치돼 고비용 구조가 심각했다. 경영진 교체를 통해 조직의 효율성을 높였다. 원자재를 구매할 때 반드시 입찰을 거치도록 하는 등 원가 절감에도 힘을 기울였다. 그러자 불과 6개월 만에 비용이 15%나 줄어들었다.
고비용 구조가 해소되자 해외 영업에 팔을 걷어붙였다. 우선 글로벌 안전벨트 제조회사인 TRW 출신 임원을 영입해 해외 영업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이후 한국GM에 집중됐던 매출을 GM글로벌로 확대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GM글로벌이 요구하는 안전 기준과 기술 수준에 맞추기 위해 연구개발(R&D)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GM 기술개발센터와 협업도 했다. GM글로벌에서 합격점을 받은 뒤에는 세계에 흩어져 있는 GM의 국가별 구매팀을 대상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코스톤캐피탈의 도움이 큰 힘이 됐다. 코스톤캐피탈 창업자인 앨버트 호크 회장은 변호사 출신으로 댄 애커슨 전 GM 회장 등 미국 경제계 인사들과 친분이 두터운 인물이다. 디비아이는 코스톤아시아에 인수된 지 1년 만에 GM글로벌과 1억달러(약 1300억원) 규모의 장기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외 치열한 인수 경쟁
디비아이의 해외 물량 수주는 코스톤아시아의 조기 투자회수(엑시트)로 이어졌다. 디비아이를 인수하겠다는 부품사들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조 공동대표는 “디비아이 매각은 수주한 물량이 매출로 잡히는 2~3년 뒤로 생각했는데 인수 요청이 빗발쳐 예상보다 빠르게 매각 작업을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해외 글로벌 회사들까지 인수전에 참가했다. 본사 대표가 한국을 찾아 디비아이 매각을 요청한 곳도 있었다. 그러나 경쟁 입찰을 실시한 결과 인수 가격과 고용승계 계획, 장기 발전 전략 등에서 앞선 국내 자동차부품 업체 우신시스템을 새 주인으로 낙점했다. 최 공동대표는 “우선협상대상자 발표일 새벽에 해외 기업의 아시아태평양 대표가 전화해 인수 가격을 올릴 테니 협의할 시간을 더 달라고 했지만 원칙대로 우신시스템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했다.
매각 후에도 실적 개선세 지속
코스톤아시아는 디비아이를 인수한 지 2년 만인 2013년 7월 우신시스템에 210억원을 받고 팔았다. 내부수익률(IRR)은 21.5%에 달했다.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 지원’이라는 투자 전략이 제대로 통한 셈이다. 매각 후에도 디비아이의 실적이 지속적으로 개선된 것은 코스톤아시아가 만족하는 성과다. 매각 당시 885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에는 1146억원으로 늘어났다.
코스톤아시아는 디비아이 투자로 국내 중소·중견기업 투자 전문 PEF로 자리매김했다. 음식물처리업체 리클린, 음향기기업체 삼본정밀전자 등의 경영권을 인수한 뒤 되팔아 수익을 올렸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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