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노조 공화국
탄력근로 확대·광주형 일자리 등 양대노총, 정책에 사사건건 '발목'
노조 채용비리 의혹엔 '모르쇠'…점거농성 모자라 폭력까지 행사
책임없이 요구만 쏟아낸다
양보·타협 전제 사회적 대화 외면…노동법·최저임금법 개정 요구 등
정부에 연일 압박 수위 높여…경사노위 논의도 노조 '결재' 필요
[ 백승현 기자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폭주가 도를 넘고 있다. 정부 청사, 대검찰청 등 공공기관 무차별 점거농성에 이어 급기야 민주노총 소속 노조원들이 회사 임원을 집단폭행하는 폭력사태까지 터졌다. ‘촛불 청구서’ 명목으로 최저임금 급격한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친(親)노동정책을 대거 따내고서 이것도 부족해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 광주형 일자리 등 정부가 경제 현실을 감안해 추진하는 정책에 대해서도 사사건건 발목을 붙잡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들을 둘러싼 채용비리·고용세습 의혹 등에는 눈을 감고 있다.
민주노총이 법과 정부 위에 군림하듯 하면서 정치권은 물론 노동계 내부에서조차 ‘민주노총 공화국’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27일 민주노총과 참여연대를 겨냥해 “문재인 정부의 악덕 채권자”라고 화살을 날렸다.
기업 위에 정부, 정부 위에 노총
탄력근로 단위기간을 현행 3개월보다 더 확대하자는 것은 갑작스런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산업현장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정부와 여야 정치권이 합의한 것이다.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이 6개월간 유예됐지만 석유화학, 조선업, 계절업종 등에서는 탄력근로제 확대가 필수적이라는 산업 현장의 요구를 받아들여 연내 입법을 완료하기로 여·야·정이 지난 5일 어렵게 합의했다. 그러나 합의는 불과 2주 만에 물거품이 됐다.
민주노총이 탄력근로제 확대에 정면 반발하며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를 거부하자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민주노총의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 연내 입법을 강행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보면서 민주노총은 경영자 단체의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새삼 실감했다”며 “기업 위에 정부가 있다면 정부 위에는 민주노총이 앉아 권력서열 1위처럼 행세하고 있다는 얘기가 그냥 나온 것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외환위기 이후 약 20년 만에 사회적 대화의 판이 꾸려졌다지만 민주노총은 여전히 대화를 외면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경사노위 복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민주노총 정책대의원대회는 가결도 부결도 아닌 성원 부족으로 회의 자체가 열리지도 못했다. 절반 이상의 대의원이 경사노위 참여 여부 논의 자체를 거부한 것이다. 그러는 사이 민주노총은 정규직 전환 약속이행 등을 요구하며 고용노동부와 공공기관은 물론 대검찰청까지 무차별 점거하는 사상 초유의 행태를 보였다.
“민주노총 허락 없인 아무것도 못해”
양보와 타협을 전제로 한 사회적 대화는 외면하면서 민주노총은 정부를 향해 각종 요구를 쏟아내고 있다. 구체적으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과 노동법 개정 △노후소득 보장 위한 국민연금법 개정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및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법 재개정 △초기업단위 산별교섭 제도화 △특수형태근로종사자 가입 등 고용보험법 개정 △위험의 외주화 금지, 산재사망 기업 처벌강화를 골자로 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등은 민주노총이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이른바 ‘8대 입법과제’다.
민주노총은 참여하지도 않고 있지만 경사노위에는 민주노총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지난 6월 기존 노사정위원회가 경사노위로 변경되면서 논의 대상 범위가 종전 노동현안에서 고용노동, 복지정책 등으로 대폭 넓어졌다. 이 과정에서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 금융산업위원회, 국민연금개혁과 국민노후소득보장 특별위원회 등 상당수 위원회는 노동계 요구로 설치됐다. 위원회 출범 때부터 ‘기울어진 운동장’ 우려가 나온 배경이다.
우려는 일부 현실화하기도 했다.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는 지난 20일 해고자의 노조 가입, 전교조 합법화 등 노동계가 줄기차게 요구해온 것들을 공익위원 안으로 내놨다. 파업 시 대체근로제,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 등 경영계 요구 사항은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경사노위에 참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각 위원회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공익위원 상당수가 친노동 성향이거나 노동계를 배려하는 정부 쪽 인사들이어서 경영계 목소리는 묻히고 있다”며 “논의 주제도 광범위해져 금융, 해운, 보건의료 등 산업별 이슈들까지 노동계의 ‘결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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