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시움 평원에 안착
지진계로 운석 충돌여부 감지…지하 5m 뚫어 내부온도 측정
안테나로 행성 흔들림도 계산…인류 거주 가능성 찾을지 주목
[ 송형석 기자 ]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탐사선 인사이트(InSight)호가 26일 오후 2시54분(현지시간) 화성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인사이트호는 화성의 표면과 대기를 관측했던 지금까지의 화성 탐사선들과 확연히 구분된다. 행성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첨단 장비를 두루 갖추고 있어서다. 지각의 온도와 상태 등을 알면 현재 시점의 화성뿐 아니라 지난 45억 년의 발자취를 상세히 파악할 수 있다.
성공리에 끝난 206일간의 여정
NASA는 이날 인사이트호와 함께 발사된 초소형 위성인 마르코(MarCO)로부터 성공적인 착륙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이 위성이 보내온 첫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속의 화성 표면은 사막과 비슷했으며 탐사에 방해가 될 만한 장애물은 눈에 띄지 않았다. 인사이트 프로젝트 책임자인 톰 호프먼은 “최종 분석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탐사선이 불스아이(bull’s eye: 과녁 정중앙)에 가깝게 착륙했다”고 말했다.
미국이 화성에 보낸 여덟 번째 탐사선인 인사이트호는 지난 5월5일 미국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발사돼 206일간 4억8000만㎞를 이동했다. 첫 고비는 화성 대기권에 진입, 하강, 착륙하는 과정이었다. 인사이트호는 비행 추진체를 분리하고 열 방패와 상부 덮개로 된 ‘에어로셸’ 진입체만으로 화성 대기권에 들어섰다. 착륙까지 약 6분30초를 무사히 버틴 뒤 화성 적도 인근의 엘리시움 평원에 내려앉았다.
화성의 대기권은 지구의 1% 수준이다. 시간당 1만2300마일(1만9794㎞)의 속력으로 달리는 우주선을 80마일(128㎞)에 불과한 대기권이 끝나기 전에 멈춰 세워야 한다. 시속 100~200㎞로 달리던 자동차를 급정거시키는 것과 비슷하다. 화성 탐사선의 착륙 성공률이 40%에 불과한 이유다. 2003년과 2016년 두 차례에 걸쳐 화성 탐사선을 보낸 유럽우주국(ESA)이 잇따라 고배를 마신 배경이기도 하다.
이 탐사선은 2012년 화성에 착륙한 큐리오시티(Curiosity)와 달리 바퀴가 없다. 한곳에 머물면서 탐사 작업을 한다. 이 때문에 착륙 지점 주변의 지형이 중요하다. 정확한 지형은 이미지가 전송돼야 확인할 수 있지만 처음 보내온 사진만 놓고 볼 때 탐사 임무 수행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붉은 행성의 지질학자’에 쏠린 이목
인사이트호의 별명은 ‘붉은 행성의 지질학자’다. 탐사선 명칭도 ‘지진 조사와 측지, 열 수송 등을 활용한 내부 탐사’라는 영문의 앞글자들을 조합해 지었다. 첫 임무는 이틀 뒤다. 1.8m 길이의 로봇 팔을 가동해 주변 지형을 촬영한다. 이 작업을 통해 얻은 정보를 토대로 초정밀 지진계인 SEIS와 열 감지장비 HP³를 설치할 장소를 결정한다. 이 장비들이 가동하기 시작하는 내년 초부터는 화성의 비밀이 하나둘 풀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대하고 있다. 이 탐사선의 수명은 2년으로 2020년 11월24일까지 화성을 탐사할 예정이다.
주목해야 할 장비는 프랑스가 제작한 SEIS 지진계다. 화성에 지진 활동이 있는지는 물론 운석 충돌 여부 등을 감지한다. 화성에 운석이 떨어졌을 때 발생하는 진동을 분석하면 화성 내부의 밀도와 구조 등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화성 땅속 5m 깊이에서 지열을 측정하는 HP³도 인사이트호의 ‘주연 배우’ 중 하나로 꼽힌다. 화성 내부 온도를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 화성이 탄생한 지 10억 년 후인 35억년 전에 완전히 식어버렸다는 기존 학설을 검증하는 역할을 맡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RISE라는 명칭의 안테나 두 개도 핵심적인 장비다. 화성이 태양 궤도를 돌면서 자전할 때 나타나는 흔들림을 측정한다. 화성 내부가 액체인지 고체인지에 따라 흔들림의 정도가 달라진다는 설명이다.
최기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인사이트호가 화성이 대기를 붙잡아 둘 만한 자기장을 충분히 발산하는지, 지각이 여전히 움직이는지와 같은 화성을 둘러싼 오랜 의문들을 풀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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