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차별화해 경쟁력 강화…열쇠는 급성장하는 가정간편식
자회사 하림식품 내년 공장 완공…국·면 등 웬만한 HMR 다 생산
"일본 식품기업서 기술 도입…고급 즉석밥으로 CJ 햇반에 도전"
[ 안재광 기자 ]
하림그룹 계열 NS홈쇼핑은 식품을 60% 이상 편성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2001년 농·수·축산물을 전문으로 판매하겠다는 조건으로 정부 인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취지는 좋았지만 TV홈쇼핑으로선 큰 핸디캡이 됐다. 패션 가전 렌털 여행 등 식품 이외 상품이 홈쇼핑 주력으로 떠오른 탓이었다. 식품은 TV홈쇼핑에서 다루기에 매출이 적고 마진도 작았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했다. 어차피 식품을 많이 팔아야 한다면 식품으로 차별화하는 수밖에 없었다. 도상철 NS홈쇼핑 대표는 가정간편식(HMR)으로 눈을 돌렸다. 고등어 쌀 사과 등만 팔아선 답이 안 나왔다. 시장이 급성장하는 HMR을 직접 생산해 팔기로 했다. NS홈쇼핑이 자회사 하림식품을 통해 전북 익산 제4산업단지에 HMR 공장을 짓는 이유다. 이 공장은 4000억원이 투입돼 내년 12월 완공 예정이다.
밥 국 반찬 등 350여 개 간편식 제조
도 대표는 지난 27일 경기 성남시 판교 사옥에서 한국경제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HMR 공장에선 밥 국 반찬 면 등 350여 개 상품을 제조할 예정”이라며 “웬만한 HMR은 다 있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식품 전문 TV홈쇼핑에서 종합식품기업으로 바꿔 놓겠다”고 강조했다. 그가 HMR사업 구상을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첫 타깃 분야는 즉석밥이다. CJ제일제당이 ‘햇반’을 통해 장악하고 있는 시장이다. 도 대표는 “유통기한을 길게 하기 위해 일부 즉석밥은 산미제를 넣는 일도 있는데 이는 밥맛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며 “산미제를 넣지 않은 맛 좋은 고급 즉석밥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NS홈쇼핑은 일본 식품기업 신메이에서 관련 기술을 도입할 예정이다.
다른 HMR 상품도 ‘친환경’이 콘셉트다. “인공 조미료를 일절 안 쓰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NS홈쇼핑 본사 건물에 천연 조미료로 음식을 조리하는 직영 식당 12곳을 작년 3월 한꺼번에 열었다. 식당 사업을 위한 법인인 엔바이콘도 신설했다. 엔바이콘은 중식당 ‘왕스덕’, 한우 전문점 ‘순우가’, 메기 전문점 ‘일품메기’, 메밀 전문점 ‘교소바’, 분식집 ‘판교분식’ 등을 운영 중이다. 이들 매장에서 HMR에 적합한 요리를 만들어 시험해 보고 상품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도 대표는 “익산은 국내 최대 곡창지대인 데다 군산 등 바다를 접한 도시가 가까워 싱싱한 농·축·수산물이 모두 모이는 곳”이라며 “산지에서 바로 가공한 HMR을 소비자에게 곧바로 배송해 중간 마진을 없애고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초기 생산 물량은 홈쇼핑 방송을 통해 저변을 넓히고, 주로 모바일로 판매할 것”이라며 “인지도가 높아지면 대형마트와 슈퍼에도 공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협력사와 신뢰 관계 구축
도 대표는 유통업계 최장수 최고경영자(CEO)다. 2007년 대표에 오른 뒤 11년간 NS홈쇼핑을 이끌고 있다. 그가 대표로 있는 동안 NS홈쇼핑 취급액(판매액)은 4884억원에서 1조3000억원대로 껑충 뛰었다. 협력사와 신뢰를 기반으로 ‘상생’을 잘하고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그는 “협력사의 약 90%가 중소기업, 영농조합법인인 만큼 이들이 잘되도록 하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게 품질관리시스템 도입이다. 소비자에게 신뢰를 주기 위한 결정이었다. 주먹구구식으로 하던 품질 관리를 뜯어고쳤다. 사과는 아래쪽은 작은 것, 위에는 큰 것을 넣는 관행을 없앴다. 과수 농가를 찾아 “크기별로 가격을 다르게 받으면 된다”고 설득했다. 고등어를 먹기 좋게 자르고 뼈를 바를 땐 꼭 모자를 쓰고 작업하게 했다. 이런 식으로 수백 개 시스템을 고쳐 나갔다. 지금은 농가에서 먼저 NS홈쇼핑에 “어떻게 작업하면 되느냐”고 물을 정도로 자리 잡았다. 대전에 식품안전센터도 세웠다. 농약, 중금속 등을 출하 전에 전부 검사하게 했다. 도 대표는 “협력사의 성장이 곧 NS홈쇼핑의 성장”이라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