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혁신성장대전 패널토론서 주장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헬스케어 빅데이터 구축과 관련해 데이터의 양을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질을 높이는데도 주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9일 서울 군자동 세종대에서 주최한 바이오혁신성장대전 둘째날 패널토론에서 한현욱 차의과대 교수는 “ 데이터의 수를 늘리는 것보다 얼마나 양질의 데이터를 모았는지가 훨씬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보험·의료체계를 보면 병원에서 과연 제대로 된 데이터가 수집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에 의료비 과잉청구를 하거나 실제로 환자가 앓고 있는 질환이 아닌 다른 질환을 입력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한 교수는 “이런 잘못된 데이터는 그대로 빅데이터로 축적되고 있다”며 “엉뚱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헬스케어 인공지능(AI)을 학습시키고 있으니 AI도 제대로 만들어지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양질의 생태계를 구축하려면 이런 상황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데이터의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김승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부원장은 “양질의 데이터를 축적하기 위해서는 수집하는 데이터를 표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맞춤형 치료에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정도가 되려면 환자에 대한 많은 정보가 포함돼야 한다”며 “국가적 차원에서 여러 이해 당사자가 대화를 나누고 그 결과를 일반 국민과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종준 한국법제연구원 법제현안분석팀장은 “주요 선진국은 비식별화조치 등을 하면 헬스케어 데이터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며 “한국은 이제 규정을 막 만드는데 그마저도 사용 목적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기존의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는 게 아니라 아예 새로운 제도를 설계한다는 관점에서 별도의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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