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증시 저평가" 자금 유입…선진국보다 성과 좋네

입력 2018-11-29 17:28  

11월 MSCI지수 '희비'

인도·亞 펀드 수익률 상위권
낙폭 컸던 北美펀드는 손실
"내년엔 선진국 투자 비중 축소"



[ 송종현 기자 ]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절, 미·중 무역분쟁 완화 가능성 등으로 투자심리가 회복되고 있는 가운데 신흥국 증시가 선진국보다 나은 성과를 보여 관심을 끌고 있다. 한동안 선진국보다 낙폭이 컸던 만큼 저평가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글로벌 펀드정보업체 이머징마켓포트폴리오리서치(EPFR)에 따르면 11월15~21일 신흥국 펀드엔 13억3450만달러(약 1조5053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10월18일부터 6주 연속 순유입이다. 이 기간 신흥국 펀드엔 총 131억1860만달러(약 14조7977억원)가 흘러들어왔다.

반면 10월 이후 선진국 펀드에서는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10월1~21일 선진국 펀드와 미국 펀드에선 각각 146억5010만달러(약 16조5253억원)와 146억4210만달러(약 16조5162억원)가 순유출됐다.

미국 기술주 급락으로 촉발된 10월 조정장에서 선진국보다 낙폭이 컸던 신흥국 증시는 11월 들어 성과가 선진국을 앞서고 있다. 11월1~27일 MSCI신흥국지수가 2.53% 상승한 반면 미국, 유럽(영국 제외) 등의 상장 종목으로 구성된 MSCI미국지수는 1.44% 하락했다. 10월 한 달간 MSCI신흥국지수가 8.77% 떨어져 MSCI미국지수(-7.05%)보다 낙폭이 컸던 것과 반대되는 현상이다.

글로벌 증시 흐름이 바뀌자 한국에서 판매되는 해외 펀드의 수익률 순위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최근 1개월간 수익률(지난 28일 기준) 순위에서 상위권을 신흥국 펀드가 독차지했다. 펀드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5개 인도 펀드는 평균 7.77% 수익을 내 성과가 가장 좋았다. 친디아(11개·6.07%), 일본 제외 아시아태평양(28개·4.29%), 중화권(10개·3.48%) 등이 뒤를 이었다. 북미(44개·-1.09%), 유럽(38개·0.42%) 등 선진국 펀드는 신흥국에 뒤졌다.

11월 들어 신흥국 증시가 양호한 성과를 올린 것은 저평가 매력이 부각된 영향이라고 증권업계는 분석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MSCI지수 기준 신흥국 증시의 12개월 선행주가수익비율(PER: 주가/주당순이익)은 10.4배로, 선진국(14.1배) 미국(15.2배) 유럽(12.4배)에 비해 낮다. 라틴아메리카(11.7배) 중국(10.3배) 등도 선진국을 밑돈다.

중국 등 일부 국가의 경기 둔화가 변수로 꼽히지만 내년 신흥국 기업의 실적 개선 정도는 선진국보다 나을 것이란 관측이다. 2019년 신흥국의 평균 주당순이익(EPS: 순이익/주식 수)은 94.1달러(약 10만6144원)로, 올해(85.6달러·약 9만6556원)보다 9.9% 늘어날 전망이다. 예상증가율이 선진국(8.3%) 미국(8.7%) 유럽(9.3%)보다 높다.

주요 글로벌 증권사는 내년 선진국보다는 신흥국에 투자하는 게 낫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26일 신흥국 증시 투자의견을 ‘비중 축소’에서 ‘비중 확대’로 올려 잡았다. 미국 증시 투자의견은 비중 축소를 제시했다. 고쿨 라로리아 모건스탠리 글로벌에쿼티 대표 겸 아시아태평양 공동대표는 26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신흥국 증시가 미국보다 나은 성과를 올리기 시작하는 단계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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