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과 동반성장도 이뤄
공동구매로 조달 원가 낮추고
품질관리 노하우 등 전수받아
경북 사회적 기업 54%가 흑자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도 도움
[ 오경묵 기자 ]
경북 사회적기업종합상사협동조합(이사장 박경구, 이하 경북종합상사)은 6년여의 준비 과정을 거쳐 2015년 10월 조합원 85개사로 출발했다. 과거 대기업의 종합상사처럼 사회적 기업 생산품(서비스)의 판로를 지원하고 기획 및 협력사업, 신규 진입 조합원에 경영지원을 하는 게 목표다. 경북종합상사를 통한 사회적 기업의 매출은 2015년 49억원을 시작으로 올 11월 말 현재 300억원 규모로 늘어났다. 조합원도 11월 말 현재 110여 개로 증가했다. 2020년까지 200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경북종합상사는 ‘스스로 돕는 사회적 기업 공동체’라는 슬로건으로 정부 보조금이 아니라 조합원사의 출자금으로 설립됐다. 정규직 근로자 10명, 기획 및 판로개척 분야 전문위원과 외부 전문가 등이 사회적 기업의 시장적응과 자생력 확보를 돕고 있다. 대기업과의 사업연계, 공공시장 진출, 사회적 가치 마케팅, 기업 역량 강화 등에서 괄목한 실적을 올리고 있다.
경북종합상사는 대기업과 동반성장을 이뤄내고 있다. 사회적 기업들은 공동구매로 원재료 조달 원가를 낮추는 한편 대기업의 상품 기획능력과 품질관리 노하우 등 경영기법을 전수받고 있다. 경상북도와 경북종합상사가 공동 출범시킨 공익형 프랜차이즈 ‘더3섹터카페’는 대기업인 현대그린푸드와 협력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은 대기업의 유통협력사로 참여해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올 11월 말 현재 흙사랑 영농조합법인 등 농산물과 식품 분야 13개 사회적 기업이 현대그린푸드의 유통협력사로 등록해 판로개척에 도움을 받고 있다. 유통협력사를 내년 말까지 40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경북종합상사는 경상북도, 경북지방우정청과 협력해 기업들의 어려운 문제였던 물류(택배)비용 절감도 이끌어냈다. 또 우체국 쇼핑몰에 지역 사회적 기업이 입점해 판매 성과를 올리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준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활발한 영업 및 홍보활동을 벌여 사회적 기업의 공공시장 진출도 확대하고 있다.
경북종합상사의 지원이 시작된 이래 영업이익 흑자를 낸 경북의 사회적 기업 비중은 2015년 34%에서 지난해 54%로 20%포인트 증가했다. 2015년 이후 기업당 평균 영업이익은 1억300만원 늘었다. 종사자의 60%를 취약계층으로 고용하고 있고, 연간 10만 명에 이르는 취약계층에 무상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이런 사회공헌 실적을 감안하면 ‘좋은 일을 하면서, 수익을 내는 기업’이라는 수식어가 전혀 아깝지 않다는 게 주위의 평가다.
포항의 다원비투비시스템(대표 김현석)은 경북종합상사 전문위원의 지원으로 2014년 설립 당시 20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120억원으로 커졌다. 지역 청년에게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저소득 초등학생에겐 코딩 무상교육 등 사회공헌활동도 하고 있다.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판로개척 지원을 받은 안동의 정보기술(IT) 기업 나우(대표 김봉덕)는 매출이 세 배로 상승했고 20명 전 직원을 지역 청년으로 채용했다.
지금까지 사회적 기업의 활동 분야는 고용 친화적인 후방산업 비중이 높았다. 경북종합상사는 이런 흐름에도 변화를 시도할 계획이다. 사회적 기업 경영에 4차 산업혁명형 기술과 클라우드·엔젤 펀딩, 사회적 금융 및 전략투자 개념을 도입하고 실천할 계획이다.
이원찬 경북종합상사 이사는 “앞으로 하이테크와 휴먼테크가 동시에 발전하면서 사회에 대한 공헌 없이는 인정받기 힘든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며 “신기술과 사회서비스, 4차 산업혁명 기술과 사회적 가치가 상호 교차되는 ‘첨단화하면서도 인간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해 사회적 기업의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주=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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