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보나치 수열처럼…'아름다운 성장' 이어가는 사회적 기업

입력 2018-11-29 17:36  

Cover Story - 경북 사회적 기업

사회적 경제 트렌드 분석
박철훈 지역과 소셜비즈 상임이사

'소셜 피보나치'로 진화
선배 기업이 후배 기업 이끌어
소비자 평가·원가 관리에 집중



대부분의 꽃잎은 3, 5, 8, 13장으로 피어난다. 은하계 모양을 닮은 태풍의 모습, 예술 작품과 공학적 건축물 등 자연과 인공의 아름다움 속에는 피보나치 수열과 황금비라는 수학적원리가 숨어 있다. 피보나치 수열은 13세기 이탈리아 수학자 레오나르도 피보나치가 발견한 법칙으로 1, 1, 2, 3, 5, 8, 13, 21처럼 “후기의 결과는 바로 앞 전기와 전전기 결과의 합”이라는 수학적 원리다.

그렇다면 사회관계와 사회현상에서도 피보나치 수열과 황금비가 가능할까. 경북의 사회적 경제 현장에서 이런 법칙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초창기 사회적 기업들이 모태가 돼 후기 사회적 기업을 잉태하며 함께 성장하고 있다. 선배 기업의 모델을 후배 기업에 이식해 좋은 성과를 내고 동료 기업들끼리 협력하며 피보나치 수열처럼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기업들의 ‘소셜 피보나치’

경북 안동의 유은복지재단 나눔공동체(대표 이종만)라는 사회적 기업의 종자 발아 기술은 예천 후배 기업인 한국에코팜(대표 김영균)이라는 귀농공동체에 전수돼 채종 관련 선두기업으로 성장하게끔 유도했다. 두 기업가의 의지와 협력은 두 기업 모두를 시장 선두주자로 이끌었다.

사회적 돌봄 서비스 분야 선두 주자인 경주의 가경복지센터는 돌봄 업종 네트워크를 통해 자신들의 매뉴얼을 지역 동료들에게 전파해 동일 업종에서 여섯 개의 기업이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2010년 경북에 1개에 불과하던 돌봄기업은 올해 12개로 늘어났고 전체 종사자는 300명을 넘었다. 마을기업이던 푸드&디자인협동조합은 농산물 생산 기업의 고부가가치 상품 개발을 위해 도시락, 단체급식, 뷔페 사업을 시작했다. 경주 포항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안동 영주 지역 후배 기업을 이끌어 텐텐클럽(매출 10억원과 고용 10명)기업을 잇따라 만들어냈다.

경북의 110개 사회적 기업이 참여하는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종합상사는 청년 사회적 기업의 성장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2010년 1개에 불과하던 청년기업이 30여 개로 늘어나도록 지원했다. 또 청년 기업들이 협력해 ‘더 3섹터카페’라는 공익형 프랜차이즈를 출범시켜 10개의 카페를 육성했다.

일부 선도적인 기업가들은 청년기업가 육성을 위해 ‘사회적 경제 청년 괴짜방’이라는 플랫폼을 구축했다. 지난해 4개에서 올해 8개로 확대시켰다. 2020년에는 경북에서만 열여섯 개를 잉태시킬 계획이다. 경북은 사회적 기업 창업의 실리콘밸리가 돼가고 있다. 아이디어를 갖고 경북에서 사회적 기업을 창업하고자 하는 청년들은 ‘청년괴짜방’으로 가면 된다.

선배들로부터 배운 청년기업가들은 다른 청년의 성장을 돕고 있다. 서울에서 경북 칠곡으로 유입된 ‘알배기협동조합’은 다시 울릉도에 들어가 청년 인턴십을 운영하며 울릉도 사회적 기업의 성장을 유도하고 있다. 이들은 연대와 협력, 호혜적 상호 관계 속에서 참여자 모두의 이익을 증진시키는 사례를 현장에서 만들어내고 있다. 오묘한 자연의 원리를 꼭 빼닮은 경북 사회적 경제가 보여준 ‘소셜 피보나치’의 모습이다.

성장 비결은 ‘시장원리’ 충실

경북지역 사회적 기업들이 협동하며 성장한 비결은 시장원리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역량 있고 올바른 생산자’로서 사회적 경제 시장에 참여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생산활동을 효율화했다.

좋은 성과를 내는 사회적 기업가들에게는 보편적인 ‘무언가’가 있다. 그들은 목적으로서의 철학과 수단으로서의 과학의 차이를 이해했다. 시장 가격원리를 통해 채택되는 원가관리에 충실했고 소비자의 냉정한 평가 위에서만 기업이 생존할 수 있다는 가치관을 분명히 지녔다. 기업 목적으로서의 사회적 가치와 ‘가격에 수렴하는 소비자 효용’의 차이를 혼동하지 않는 기업가들이다. 또 호혜적 자선보다는 ‘마땅한’ 투자를 바라며 소비자의 박애심이 아니라 좋은 물건을 좋은 가격에 구하고 싶은 소비자의 심리가 기업을 키우는 가장 중요한 원리임을 인정했다.

‘지역 소멸’에 대안 제시

경북 청도의 ‘온누리국악예술인협동조합’은 어린이가 사라져 버린 폐교에서 30명이 넘는 청년·청소년 단원들의 국악 전용 공연과 교육 활동으로 성장하고 있다. 웃음이 사라진 동네에 청년의 웃음소리가 들리고, 26년째 신생아가 없는 시골 마을에 올해에만 4명의 아기가 태어났다.

상주의 신봉국·은숙 남매는 상주에 패션 사회적 기업 ‘알브이핀’을 설립해 청년 10명을 고용하고 뙤약볕 아래 농사일이 불가능한 할머니 30여 명의 일거리를 만들었다. 영주의 ‘영주시다문화희망공동체’는 한국이 생소한 베트남 몽골 등 다문화 주부들에게 직장과 따뜻한 친정의 품을 제공했다. 시장에서 일반 기업들과 같으면서도 다소 다른 경영으로 지역 사회에서 자리 잡는 기업들이 있는 한 경북 사회적 경제의 피보나치식 성장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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