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산정때 토요일만 제외, 주휴일은 방치…땜질 처방하나

입력 2018-11-29 17:38   수정 2018-11-30 10:18

또 바뀌는 최저임금 시행령
고용부, 최저임금 시행령 개정안 재입법예고 추진

고용부, 대법 판결에 '화들짝'
"소정근로만 산정시간에 포함…주휴일·약정휴일도 제외하라"
기존 입법예고 내용대로라면 시행령이 당장 상위법에 위반

재입법예고 서두르지만…
10년 넘게 주휴일 제외하라는 대법원 판결엔 이번에도 '모르쇠'
임금체계 더 복잡해지고 노사 갈등 빌미만 줄 우려



[ 백승현/최종석 기자 ]
고용노동부가 논란이 됐던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다시 손보기로 했다. 고용부가 지난 8월 입법예고한 시행령 개정안 내용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대법원 판결이 최근 나왔기 때문이다. 고용부가 뒤늦게 수습에 나섰지만 유급 주휴일(일요일)에 대해선 여전히 ‘사실상 근로를 제공한 시간’으로 보겠다는 입장이어서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29일 정부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고용부는 지난 8월 입법예고 후 국무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의 내용을 수정해 조만간 재입법예고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달 약정휴일은 최저임금 산정기준 시간에 넣어서는 안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와 이를 반영한 시행령 개정안 재입법예고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입법예고될 개정안의 핵심은 월급제 근로자의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가리기 위한 산정기준시간에서 노사 간 단체협약에 따른 약정휴일(토요일)을 빼고, 그에 해당하는 임금도 제외하는 것이다. 실제 근로하지 않은 시간(약정휴일)을 최저임금 산정 기준시간에 넣어서는 안된다는 대법원의 판단을 받아들이는 것이지만 정작 논란의 핵심인 주휴시간에 대해서는 기존 의견을 고수해 오히려 최저임금 시급 계산방식이 더 복잡해지는 결과가 예상된다.


주휴일은 유지, 약정휴일만 뺀다

고용부가 8월 입법예고한 시행령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월급제 또는 주급제 근로자가 최저임금 이상을 받았는지 여부를 다툴 때 시급산정을 위한 기준시간을 기존의 ‘소정근로시간’에서 ‘소정근로시간과 유급으로 처리되는 (모든) 시간’으로 바꾼 것이었다. 실제 받은 임금(분자)은 고정인 상황에서 기준시간(분모)이 늘어나면 나눈 값(시급)은 작아져 최저임금 위반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 경영계에선 시행령대로라면 최저임금 위반 사업장이 대폭 늘어날 것이란 우려를 내비쳤다.

고용부 판단과 달리 대법원은 2007년 이후 일관되게 “기준시간(분모)에 소정근로시간만 넣어야 한다”며 고용부의 계산법이 잘못됐다는 판결을 내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고용부는 시행령 문구를 조정하면 대법원 판결이 따라올 것이라며 지난 8월 입법예고했고 경영계의 우려와 반대는 일축해왔다.

그랬던 고용부가 최저임금 산정기준시간에서 노사 단협에 의한 약정휴일(토요일)을 빼고 ‘소정근로시간과 주휴일’만 포함하는 쪽으로 검토에 나선 것은 지난달 12일 대법원 판례 때문이다. 해당 판결은 최저임금 시급 산정기준시간은 종전 대법원 판례대로 소정근로시간(주휴일도 제외)만 해당한다며 노사 간의 약정휴일(토요일 4시간 또는 8시간)도 빼야 한다고 했다. 즉 기본급과 주 5일 만근하면 받게 되는 주휴수당 등 소정근로의 대가는 분자에 포함하되 실제 일하지 않은 주휴일과 약정휴일은 분모에서 빼야 한다는 것으로, 주 40시간 근로 기준 분모의 최대치는 월 174시간(40시간×월평균 4.35주)이라는 얘기다. 최저임금 소송에서 약정휴일 처리와 관련한 첫 대법원 판결이었다.

정부 관계자는 “그동안 소정근로시간 외 유급처리시간의 대상은 주휴일이었는데 이번에 약정휴일과 관련한 첫 판례가 나온 것”이라며 “대법원 법리를 충실히 반영한다는 취지에서 시행령 개정을 검토하는 것”이라고 했다.

대법 판례 취사선택해 인용 ‘오락가락’

고용부는 이 판결을 받아들여 최저임금 산정 기준시간에서 약정휴일을 제외하면서 그에 해당하는 임금도 제외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환산시급 금액을 계산할 때 8월 입법예고한 시행령 개정안과 결과적으로 달라지는 점은 없다.

다만 단협에 따라 토요일을 유급처리하고 있는 대기업에는 영향이 있을 수 있다. 최저임금 위반 논란에서 다소 자유로워지는 효과가 있다. 주 5일제 도입 당시 무급 휴일이었던 토요일이 유급화된 곳은 대부분 강한 노조가 있는 대기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골격은 그대로 유지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많다.

최저임금 환산시급 논란의 핵심인 주휴일은 그대로 둔 채 약정휴일만 제외함으로써 임금체계가 더 복잡해지고 노사 갈등의 빌미만 제공할 우려가 커졌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저임금 시급 문제는 법률과 시행령에 따라 대법원이 2007년 이후 일관된 판결을 내놓으면서 상당한 법적 안정성을 구축하고 있는 상태”라며 “최저임금이 크게 오른 데다 경제상황 급변 등 특별한 사정도 없는 시점에 정부가 굳이 시행령 개정에 나서면서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용부가 대법원 판례를 자의적으로 취사선택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주휴일은 소정근로시간이 아니라는 대법원의 일관된 판결에는 시행령을 고쳐서라도 바로잡겠다고 하면서 약정휴일 처리에 관한 대법원 판결은 따르겠다고 하는 행태에 대한 지적이다.

■주휴일·약정휴일

근로기준법 55조는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1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근로자가 하루 8시간씩 주 5일을 일했다면 주말 이틀을 쉬어도 하루(주휴일)는 일한 것으로 간주해 수당(주휴수당)을 줘야 한다. 법정 주휴일 외에 노사가 단체협약으로 유급휴일로 정한 날(통상 토요일)은 약정휴일이라고 한다.

백승현 기자/최종석 노동전문위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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