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1월28일(18:32)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후육강관업체 ‘스틸플라워’ 매각이 또 다시 무산됐다.
2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이날 열린 스틸플라워 본입찰이 인수자를 유치하지 못해 유찰됐다. 지난 10월 1차 매각 작업이 무산된데 이어 두 번째 매각 무산이다. 2차 매각엔 1차 매각 당시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8곳 외에도 유암코(연합자산관리)가 LOI를 제출해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관심이 본입찰 참여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번 매각은 스틸플라워가 최근 비핵심자산인 울산산업단지 내 토지를 50억원에 매각하면서 청산가치 약 510억원을 기준으로 진행됐다. 자산 분리 매각 등도 논의됐지만 끝내 청산가치 이상의 가격을 제시한 인수자를 찾지 못했다. 회생기업 M&A는 채무자회생법 상 ‘청산가치보장의 원칙’에 따라 원칙적으로 청산가치가 보장돼야 한다.
총 9곳에 달했던 원매자들이 끝내 인수에 나서지 않은 것은 스틸플라워의 주력 제품인 후육강관 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 때문이다. 스틸플라워가 생산하는 후육강관은 두께가 20㎜ 이상인 후판을 가공해 만드는 산업용 파이프로, 주로 석유나 천연가스를 생산하는 해양플랜트에 쓰인다. 최근 조선 수주 증가 등 후판 수요가 늘어나면서 후판 가격은 1년 사이 20% 가까이 상승해 스틸플라워 입장에선 원가 부담이 늘었다.
한편 미국 중국 간 무역 분쟁 여파로 유가는 하락 국면에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유가가 하락하면 해양플랜트 수주는 줄고, 원유운반선 등 조선 수주가 늘어난다”며 “스틸플라워의 경우 비용은 늘고 수입을 줄어드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2000년 설립된 스틸플라워는 세계적인 해양플랜트 투자 증가에 힘입어 글로벌 업체로 성장해 2009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2011년 포스코로부터 170억원을 투자받은 이 회사는 2012년 연간 최고 매출 2948억원을 달성하며 2억달러 수출탑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2년 이후 국내외 후육강관 시장 후발주자들이 공격적인 설비 투자에 나서면서 저가수주 출혈 경쟁이 벌어졌다. 이 영향으로 스틸플라워의 매출은 2013년 1366억원으로 반토막났다. 2014년 1720억원으로 다소 회복했지만 그해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대에서 20달러대로 급락하는 등 해양플랜트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자 조선사 발주가 크게 줄어들었다. 2013년부터 5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한 스틸플라워는 지난 5월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상장폐지됐고, 서울회생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스틸플라워와 법원을 협의를 통해 앞으로의 회생절차 진행 방향을 논의할 전망이다. 수의계약(스토킹호스)방식 매각 추진도 검토 중이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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