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어려운 경영 환경이 예상되면서 새 인물보다는 카드업계가 처한 상황을 잘 알고 있는 현직 CEO들이 연임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2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최근 인사를 단행한 삼성카드를 필두로 내년 초까지 카드사들의 정기 임원 인사가 예정돼 있다. 신한카드, 하나카드 등 각 사 수장들은 연임과 퇴임이란 갈림길 앞에 서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은 일각에서 제기되던 교체설을 딛고 카드업계 수장 가운데 가장 먼저 연임을 확정했다.
2014년부터 5년째 삼성카드를 이끄는 원기찬 사장은 아직 임기가 남아 있지만 재임 기간이 길었고 실적 악화 등으로 이번 인사에서 교체 가능성이 제기됐다. 18년 동안 독점계약을 맺었던 코스트코를 현대카드에 뺏기는 등 조직 분위기가 침체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같은 실적 악화는 내부 요인보다 수수료 인하 정책과 같은 외부 요인에 따른 결과란 공감이 깔리면서 대표직을 이어가게 됐다는 후문이다.
다른 카드사들도 카드수수료 인하라는 최대의 고비 앞에서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3월에는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정수진 하나카드 사장, 김창권 롯데카드 사장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임영진 사장은 임기 중 선보인 '딥드림카드'의 흥행과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 '신한PayFAN'을 선보이는 등 의미있는 성과를 만들어 냈다. 아울러 신한카드는 보통 CEO 임기가 보통 2년 임기 후 1년 연임인 경우가 많아 안정적인 경영을 위해 임 사장이 계속 신한카드를 이끌어 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정수진 하나카드 사장도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정 사장은 지난해 3월 취임 후 2년 임기를 마치고 올해 3월 1년 연임에 성공했다. 임기 중 '1Q카드' 시리즈를 개발해 영업력을 강화했고 하나멤버스 활성화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3분기 대부분의 카드사가 전년 동기 대비 악화된 실적을 기록한 상황 속에서도 하나카드는 전년 동기 대비 28.4% 증가한 285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최근 외부 매각을 공식화한 롯데카드의 김창권 사장은 상대적으로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조직 안정을 고려한 연임에 다소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지난해 첫 임기를 시작해 올해로 2년차를 맞은 김 사장의 연임에는 매각 이슈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10월 롯데지주를 설립한 데 따라 2년 이내에 지주사 체제 전환의 마무리 작업으로 롯데카드를 반드시 매각해야 한다. 하지만 카드업황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인수자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근 카드업계는 금융당국의 수수료 인하 압박에 위기 상황에 봉착해 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26일 발표한 카드 가맹점 수수료 개편 방안에 따르면 우대 수수료 적용 구간을 기존 5억원 이하에서 30억원 이하로 확대하기로 했다.
내년 1월 카드 수수료 개편 방안이 시행되면 카드사는 총 8000억원 안팎의 수수료가 감소할 전망이다. 내년 카드사를 이끌 수장들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카드수수료 인하로 카드업계를 둘러싼 대외적환경이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CEO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최종 인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섣불리 예단할 수 없지만 안정적 경영을 위해 연임을 선택하는 카드사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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