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은 행복한 삶을 방해하는 요소다. 심리학에서는 마음이 편치 않고 조마조마한 상태를 의미하는 ‘불안’의 원인 중 하나로 미래의 불확실성과 모호함을 꼽는다. 내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을 때 사람들은 걱정과 근심에 빠진다는 것이다.
은퇴설계에서도 불안은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우리나라 중장년층의 상당수가 자신의 불투명한 노후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노후 불안을 초래할까. 삼성생명 은퇴연구소가 아직 은퇴하지 않은 남녀 195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노후의 최대 불안 요소는 ‘건강 악화’였다. 나이 들어서 언제, 어떤 질병에 걸릴지 알 수 없는 데다 혹여 치료비나 약값, 간병비 지출로 생계가 어려워지진 않을지 불안해하는 것이다.
같은 조사에서 은퇴자 10명 중 6명은 실제로 한 가지 이상의 질병을 앓고 있었으며, 여성보다는 남성이 연령층이 높을수록 질병 보유율이 높았다. 또 은퇴자 10명 중 4명은 월 1회 이상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의료비 부담을 크게 느끼면서도 은퇴자의 25%는 노후 의료비를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많은 중장년층이 노후 생활비가 부족하면 나이 들어서도 계속 일을 해서 보충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큰 병에 걸려 일을 그만두거나 쉴 경우 갑작스러운 의료비 지출로 생계가 어려워질 수 있다. 여기에 투병과 간병 상태가 지속돼 소득 단절 기간이 길어지면 의료비 부담과 생활비 부족의 이중고에 시달릴 위험도 있다. 우리보다 앞선 고령국가 일본에서는 이미 이런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퇴직 이후 과도한 의료비 지출로 중산층이 한순간에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노후 파산’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의료비로 인한 노후 파산에 직면하지 않으려면 평소 건강 관리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첫 번째다. 하지만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노후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별도의 안전 장치도 마련해둬야 한다. 질병은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우발적인 리스크이기 때문이다. 이런 리스크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바로 보험상품이다. 건강보험상품을 활용해 치료비 외에 생계를 위협하는 다양한 리스크에 철저히 대비하자. 노후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가 있다면 서둘러 제거하는 것이 현명하다.
류재광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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