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무역협상 최대 걸림돌 '중국제조 2025'
'뇌관' 그대로…확전 가능성 남아
中정부, IT·항공우주·로봇 등 10대 첨단기술산업 육성 전략
美 관세부과 대상과 거의 겹쳐
트럼프 "미국에 모욕적인 정책…中의 기술 도둑질 좌시 않겠다"
지식재산권·불공정 관행도 쟁점
[ 강동균/주용석 기자 ] “한고비는 넘겼지만 진짜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한시적이지만 통상전쟁 휴전에 합의하자 중국에선 1차 방어에는 성공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언제든지 다시 전면전으로 확산할 수 있는 불씨는 그대로 남아 있다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미·중 양국이 90일이라는 짧은 기간에 지식재산권 보호 등 핵심 의제들에 대한 합의를 도출해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양국 갈등의 핵심인 ‘중국제조 2025’를 비롯해 강제적인 기술 이전, 지재권 보호, 불공정 무역 관행 등에 대해선 아무런 합의가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쟁점은 중국의 첨단산업 육성 정책
미·중 협상의 가장 큰 걸림돌은 중국 정부 주도로 추진되는 첨단산업 육성 정책인 ‘중국제조 2025’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중국이 세계 경제의 패권을 차지한다는 중국제조 2025는 미국에 매우 모욕적”이라며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시 주석은 “대화로 문제를 풀기를 원하지만 미국도 중국이 택한 발전의 길과 정당한 이익 추구를 존중해야 한다”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중국제조 2025’는 중국 정부가 제조업 체질 개선과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2015년 마련한 경제발전 전략이다. 향후 30년간 10년 단위로 중국 제조업의 고도화를 이룬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1단계(2015~2025년)에선 미국 독일 일본 한국 등과 같은 글로벌 제조 강국 대열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이어 2단계(2026~2035년)에서 글로벌 제조 강국 가운데서도 중간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3단계(2036~2045년)에는 최선두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차세대 정보기술(IT)과 항공우주, 선박·철도·전기자동차, 로봇 등 10대 전략산업도 선정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이 미국을 뛰어넘어 세계 경제·기술패권을 차지하려는 전략이라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 미국 기업 등을 상대로 하는 기술 탈취가 만연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중 무역전쟁의 이면엔 단순한 무역적자 문제가 아니라 중국의 첨단산업 굴기를 막아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는 지적이 많다. ‘중국제조 2025’와 관련한 반도체 등 첨단 제품은 대부분 미국의 관세부과 대상에 포함됐다.
하지만 중국 내에선 시진핑 정부가 ‘중국제조 2025’ 계획을 중단하거나 포기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시 주석은 이번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소집한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에서도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일컫는 ‘중국몽(中國夢)’ 실현을 재차 강조했다. ‘중국제조 2025’에 대해선 물러설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中의 부상, 막느냐 막히느냐”
미국은 앞으로의 협상에서 중국 기업들이 미국 기업의 기술을 도둑질하거나 강제로 이전토록 압박해온 관행을 철저하게 제거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합작 형태로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과정에서 미국 기업의 선진 기술이 현지 기업에 강제로 탈취되고 있다는 게 미 정부 생각이다.
기술이전 문제는 지재권과 달리 특정한 법률로 보호하기 어려운 만큼 명확하면서도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미국 입장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측에 안보와 관련한 일부 분야를 제외하고는 합작회사 설립 규정과 외국인 지분 제한을 없애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미국은 국유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지원과 불공정한 무역 관행도 계속 문제 삼고 있다. 중국이 국유기업들에 과도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게 공정한 경쟁 환경을 해치고 이것이 비관세 장벽으로 작용한다는 주장이다. 미국 기업의 시장접근을 차단해 중국 기업을 키우는 것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정부가 향후 협상에서 경제 발전의 중추로 생각하는 국유기업을 버리는 일은 없겠지만, 국유기업에만 우호적으로 적용돼온 법령을 일부 수정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베이징=강동균/워싱턴=주용석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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