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1호 ICO' 보스코인, 거버넌스 문제 낳은 재단·회사 내분

입력 2018-12-03 09:52   수정 2018-12-06 11:08


'국내 1호 가상화폐 공개(ICO) 프로젝트'의 상징성이 있는 보스코인이 재단과 회사 간 내분에 휩싸였다. 탈중앙화와 다수의 합의를 내건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거버넌스 문제를 빚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스위스에 위치한 보스코인 재단이 시스템 개발을 담당하는 회사(블록체인OS)에게 시스템 전권을 양도하라고 요구하면서 문제가 표면화됐다. 블록체인OS는 오는 7일 열릴 보스콘에서 "재단 이사를 커뮤니티 투표로 선출하자"고 촉구할 예정이다. "재단 이사들이 프로젝트 참여자들의 대의에 반하는 주장을 편다"는 게 최예준 대표 측의 견해다.

최 대표에 따르면 재단은 보스코인 관련 모든 지적 재산권, 자산, 보스코인 서비스 운영을 위한 도메인 관리 권한,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위한 웹서버 관리 권한 등을 이양하라고 요구했다. 이를 받아들이면 전권을 재단이 갖고 블록체인OS는 보스코인의 개발 하청업체 격이 된다고 최 대표 측은 설명했다.

회사가 재단의 요구를 거부한 배경이다. 최 대표 측은 "재단 설립 전부터 블록체인OS가 개발한 지적 재산이 있고, 이를 양도할 경우 배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보스플랫폼 재단 이사진은 최 대표와 김인환 전 대표, 스위스인 서지 코마로미 이사 등 3명으로 구성됐다.

최 대표를 제외한 재단 이사들은 스위스 현지 규제 준수를 내세우고 있지만, 최 대표 측은 "보스코인 메인넷 가동으로 프로젝트가 순항할 가능성이 생겼고, 개발 역량이 없는 재단 이사들이 최 대표에 의해 밀려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주장했다.

보스코인의 내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최 대표 측에 따르면 보스코인은 ICO로 6902비트코인(BTC)을 모았는데, 보스코인 재단 전 이사인 B씨가 모금액이 담긴 지갑을 탈취하는 사건이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다른 이사들이 설득했지만 소용 없자 형사소송을 준비했고, 위기감을 느낀 B씨가 협상에 응해 결국 B씨가 지분만큼 투자금을 가져가는 대신 블록체인 업계를 떠나는 선에서 합의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전명산 블록체인OS 이사는 "당시 사건이 공개적으로 알려지면 프로젝트 신뢰도가 크게 손상될 수 있었고 블록체인을 부정적으로 바라볼 선례를 만드는 것도 부담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러나 B씨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6000BTC를 '탈취'했다는 건 최예준 대표와 전명산 이사의 일방적 주장"이라고 말했다. B씨는 "지난해 5월 ICO 직후 당시 재단의 이사가 아니었던 최예준 대표가 약 400BTC(당시 약 10억원)를 재단의 승인을 받지 않고 불법적으로 인출한 사건이 발단이 됐다.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6000BTC를 안전하게 재단 소유 계좌에 옮겨 보관한 것이 실체"라며 "이 사건은 현재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 중이다. 최예준과 전명산의 허위주장에 대해 명예훼손으로 형사고발하겠다"고 밝혔다.

B씨 측은 "게다가 최예준 측은 작년 10월 보스코인 발행 권한을 블록체인OS에 넘긴다는 내용의 허위 재단 이사회 회의록까지 만들어 당시 1000억원 규모에 달하던 보스코인 8000만개를 횡령해 자기들끼리 나눠가졌다. 창업과 ICO 과정에서 중요 역할을 했던 B씨에게는 단 한 개의 보스코인도 주지 않았다"면서 "개최하지도 않은 이사회 회의록을 작성한 증거는 언제든 공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후 최예준 등이 장외시장에서 대량으로 고가에 보스코인을 매각, 그후 가격이 급락해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줬다. 장외시장에서의 매각 증거도 언제든 공개하겠다"며 "이 사안 역시 검찰 수사 중이며 블록체인OS 주주들도 주주 허락을 받지 않고 회사 자산인 보스코인을 횡령한 최예준 대표 측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B씨 측은 또 "지분만큼 투자금을 가져가는 대신 블록체인 업계를 떠나는 선에서 합의했다는 최 대표 측 주장은 터무니없이 날조된 것이다. 날조 사실 유포로 인한 명예훼손에 대해서도 최예준과 전명산을 형사고발하겠다"고 했다.

빼낸 자금으로 암호화폐 거래소 N사를 설립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 날조된 음해"라며 "명확히 재단과의 계약에 입각해 분산형 어플리케이션(dApp) 개발 대금으로 550BTC를 사용했고 남은 금액은 재단에 돌려줬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예준 대표 측이 재단 자금 약 3500BTC를 불법적으로 썼고, 재단 돈을 받아 개발한 제품을 납품해야 하는 계약 의무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 사태의 진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재단 이사를 커뮤니티 투표로 선출하자는 제안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형사 고발해 수사 중인 사안이라 그동안 말을 아꼈을 뿐인데 최 대표 측 주장이 사실인 것처럼 퍼지고 있다"고도 했다.

최 대표 측은 보스콘에서 투자자 전원이 투표를 통해 재단 이사를 선출하는 안을 제안할 방침이다. 재단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서지 이사는 "다수 투자자가 권력을 나눠 갖는 아이디어는 긍정적이지만 현실은 중우정치가 돼 나쁠 수 있다"며 부정적 평가를 내린 바 있다.

이같은 분쟁은 다른 프로젝트로도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여타 프로젝트도 비슷한 의사결정구조를 갖고 있어 보스코인 사례가 기준점이 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ICO를 금지한 탓에 많은 프로젝트들이 사업 구상과 추진은 국내에서 하면서 해외에 재단을 설립하고 현지인을 채용했다"면서 "프로젝트에 대한 의사결정권은 재단에 있다. 보스코인 사태가 재단의 승리로 마무리되면 다른 프로젝트 재단들이 가만히 있겠느냐"고 우려했다.

반면 다른 업계 관계자는 "ICO 주체가 재단 법인이라면 스위스 현지법에 따르면 된다. 국수주의 사고로 코인 소유자들을 선동해 불법행위를 정당화하려는 시도는 암호화폐 생태계를 망치는 것"이라고 짚었다.

업계에서 모두 지켜보는 국내 1호 ICO 프로젝트인 만큼 보스코인에게 작금의 사태를 현명하게 풀어야 할 과제가 주어졌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바로잡습니다] 본 기사는 블록체인OS 최예준 대표 측 주장을 일방적으로 다뤄 B씨 측 항의를 받았고, B씨 측 주장을 보강해 사실관계와 다른 점을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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