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안타·신영·현대차·한화證 등 이미 소송 진행 중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사태를 두고 금융권도 소송을 제기했다. 증권업계에 이은 줄소송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 증권사은 물론 신용평가사로 소송이 번질 위험이 있어서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지난달 서울남부지방법원에 한화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나이스신용평가, 서울신용평가 등을 상대로 부당이득금반환청구 등의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청구금은 34억4100만원이다. 최근 부산은행도 이들을 상대로 같은 취지의 소송을 서울남부지법에 제기했다. 청구금은 197억원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 가장 먼저 소송에 나선 곳은 유안타증권과 신영증권이다. 올해 7월 서울남부지법에 매매계약 이행을 청구하는 소장을 접수했다. 현대차증권이 사전에 매입하기로 했던 250억원의 ABCP를 사가지 않있다는 이유에서다. 소송 규모는 각각 150억원, 100억원이다.
현대차증권이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을 대상으로 낸 소송도 있다. 11월 현대차증권은 ABCP 액면 500억원에 대해 기망을 이유로 매매계약 취소에 따른 부당이득금 반환과 원상회복청구 소장을 서울남부지법에 냈다.
또한 현대차증권 9월 ABCP 발행을 담당했던 한화투자증권 담당자에 대해 회사채 판매과정에서 중요사항을 알리지 않았다는 혐의로 고소장을 접수했다.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고지하지 않고 ABCP를 유동화 시킨 직원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취지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이 증권사에 제기한 소송의 경우 ABCP 사태와 관련해 단순한 피해보상 요구 차원"이라며 "증권사들 간의 소송은 ABCP 물량을 누가 가져가는지, 책임이 어떤 증권사에 있는지에 대한 것을 가리기 위해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성격이 조금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아직은 증권사와 은행 간의 소송에 그치고 있지만 향후에는 신평사에 대한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나이스신용평가 등도 해당 사건에 관련이 있기 때문에 소송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제 막 법리 다툼을 시작해 해결되는 시점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줄소송 사태는 올해 5월 CERCG오버시즈캐피탈의 회사채가 디폴트를 맞으면서 비롯됐다. 한화투자증권은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해 CERCG의 역외자회사인 CERCG오버시즈캐피탈의 회사채를 기초자산으로 1650억원의 ABCP를 발행했는데 기초자산이 디폴트 국면에 빠지면서 ABCP도 함께 디폴트(크로스 디폴트)를 맞게 됐다.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으로부터 물량을 넘겨 받은 ▲현대차증권(500억원) ▲BNK투자증권(200억원) ▲KB증권(200억원) ▲유안타증권(150억원) ▲신영증권(100억원) 등 증권업계 ▲부산은행(200억원) ▲하나은행(35억원) 등 은행권, ▲KTB자산운용(200억원) ▲골든브릿지자산운용(60억원) 등 자산운용업계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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