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원전 2031년엔 18기로 줄어…원전 생태계 위해선 수출이 관건
10여년 지나도 원전해체 수주 1건…원전 컨설팅도 100억에 그칠 듯
"한수원, 生水 회사 이름같다"…트렌드 반영해 사명서 '원자력' 뺄 듯
[ 조재길 기자 ] 한국수력원자력이 탈(脫)원전의 대안으로 해외 원전해체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지만 10여 년 후까지 한 건을 수주하는 것조차 쉽지 않을 것이란 진단이 나왔다. 정부의 탈원전 선언 이후 지속가능한 성장 방향을 찾자는 목표로 지난 6월 딜로이트컨설팅에 발주한 ‘한수원 용역결과 보고서’에서다. 딜로이트는 한수원의 새 사명으로 ‘한국뉴에너지’, ‘한국토탈에너지’ 등을 제시했다. 한수원이 사명에서 ‘원자력’을 빼는 수순을 밟고 있다는 게 원전업계의 관측이다.
“40년 쌓은 원전 핵심기술 사장 우려”
한국경제신문이 3일 최연혜 자유한국당 의원을 통해 받은 딜로이트 한수원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의 정책 변화로 2016년 25기였던 국내 원전은 2031년 18기로 줄어든다. 한수원으로선 원전 인력 운영의 효율성이 떨어지면서 비용 경쟁력도 덩달아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보고서는 “부품 생태계의 활력이 저하되고 원전 안전운영과 정비·보수의 신속성이 저해될 수밖에 없다”며 “40년 이상의 운영 경험과 기술이 퇴색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결국 해외 경쟁기업과의 기술격차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해외 신재생 △원전해체 및 컨설팅 △방사선의학·수소 △남북한 경협 △에너지 저장 및 스마트그리드 등 5가지 신사업 추진을 건의했다. 정부가 작년 말 발표한 제8차 전력수급계획을 기초로 원전 매출 추이를 분석한 결과 2016년 10조3000억원에서 2031년 9조8000억원으로 되레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서다.
해외 사업이 돌파구인데…
원전 생태계를 그나마 유지하기 위해선 수출로 돌파구를 뚫어야 한다는 게 딜로이트의 분석이다. 보고서는 “과거엔 해외수주 요청이 와도 덜 위험한 사업만 선별적으로 진행했으나 이제는 사업 발굴과 계약, 운영까지 주도해야 한다”며 “현재 미미한 해외 비중을 2031년 28%까지 끌어올릴 것”을 조언했다.
한수원이 원전건설 입찰을 추진 중인 체코 폴란드 영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4개국 외에 수주 가능한 국가로 터키와 필리핀을 꼽았다.
해외 원전해체 시장에도 적극 눈을 돌릴 것을 제안했다. 30~40년 이상 된 노후 원전이 늘고 있어서다. 미국 캐나다 등 북미지역은 경제성을 우선시하는 데다 원전 호환성도 높아 우선 공략 대상으로 분류됐다. 다만 13년 뒤인 2031년에도 수주 1건, 매출 1000억원에 그칠 것이란 게 딜로이트의 예상이다. 원전컨설팅 매출 역시 같은 해 100억원에 그칠 것이란 분석이다. 원전 생태계에서 급속히 이탈하는 전문인력을 해체·컨설팅 시장으로 돌리겠다는 당초 계획과는 다른 결과다.
사명에서도 ‘원자력’ 빼나
딜로이트는 ‘글로벌 에너지 종합기업임을 나타낼 수 있는 이름을 찾아달라’는 한수원 요청에 따라 새로운 사명 후보군을 제시했다. 가장 유력하게 소개된 사명은 ‘한국뉴에너지(KNNE)’다. 한국토탈에너지, 미래원자력솔루션, 에뉴앤 등의 이름도 제안됐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이 “글로벌 원전업체 중 사명에 원자력을 쓰는 곳이 거의 없다”고 수차례 강조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원자력’이 사명에서 빠질 가능성이 높다. 한수원 관계자는 “기존 이름이 생수회사나 수자원공사와 혼동되는 데다 현재의 (탈원전) 트렌드를 반영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며 “의견수렴 절차를 거친 뒤 사명변경 여부를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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